관객은 '춤출 권리' 없어, 라이브클럽이 멈췄다…음악계가 요구한 것은[파고들기]

오방가르드 공식 페이스북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 이용을 위해 춤추는 행위는 제한됩니다. NO DANCE"
 
2018년 부산 대표 대학가인 경성대·부경대 인근에 설립된 이래 인디음악과 국내외 서브컬처(비주류·하위 문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 실내에 붙은 안내 문구다.

세이수미, 보수동쿨러, 극동아시아타이거즈, 키라라, 신승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소음발광, 해서웨이,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빌리카터, 이디어츠, 데드버튼즈, 버둥 등 오방가르드에서 공연한 아티스트는 셀 수 없이 많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신예를 소개하는 네트워크 프로젝트 '루키즈 온 더 블럭', 파격적인 무료 정책으로 접근 장벽을 확 낮춘 '블루스 잼데이' 등 기획 공연, 오방가르드가 매년 N주년을 축하하고자 만든 자체 공연 등으로 공연 일정이 빼곡한 오방가르드는 '부산 인디신(생태계)의 성지'로 불린다.
 
주류를 판매하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해 온 오방가르드는 최근 공연을 보던 관객이 춤을 춰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신고당했다. 이에 따라 관계 당국은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사전 통지했다.

오방가르드는 25일 밤 공식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관련 규정(춤 허용)에 따른 행정처분에 따라 오방가르드는 2026년 8월 26일부터 2026년 10월 24일까지 영업을 잠시 멈추게 되었습니다.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합니다"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이 시간 동안 부족했던 점들을 점검하고, 앞으로 더 나은 공간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오방가르드는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22일 공연이 마지막이었고, 이미 예정했던 8~10월 공연은 다른 장소로 옮겨서 진행된다.

공연을 보던 관객이 춤을 추는 게 왜 문제일까. 그 춤을 추는 장소가 '라이브클럽'이기 때문이다. 공연자뿐 아니라 관객의 춤도 허용되는 유흥 주점이나 일반 공연장이 아닌, 라이브클럽은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는다.

오방가르드 외관. 오방가르드 유튜브 캡처

현행 식품위생법은 일반음식점이 음향 시설을 갖춘 채 손님이 춤을 추게 허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일반음식점이라고 신고돼 있으나 실상은 클럽 혹은 감성주점인, '변칙 유흥 영업'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도입된 조항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가, 서울에서는 마포구와 용산구가 조례를 만들어 일반음식점 객석에서도 관객이 춤출 수 있게 제도를 마련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 지자체에만 해당해 대부분의 라이브클럽은 식품위생법 조항을 피할 수 없다.

처음부터 라이브클럽이 일반 공연장으로 등록하면 안 되는 것일까. 가능은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공연장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연간 90일 이상 공연을 열어야 하는 것은 물론, 관객 안전을 위한 설비를 갖춰야 할 의무가 있으며 주류 판매도 금지된다.

대부분의 라이브클럽은 소규모로 운영돼, 공연 푯값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운영 자체가 위협받는다. 주류와 음료, 음식 판매 등이 불가피한데 그중에서도 주류 판매는 매출의 핵심을 차지한다.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유흥업소로 등록하게 되면 미성년자 출입이 금지돼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음악인과 관객의 유입이 막힌다.

이처럼 라이브클럽의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음악계와 문화예술계의 계속된 요구로 일반음식점에서도 공연하는 것 자체는 1999년부터 허용됐으나, 오랜 숙제를 풀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소규모 라이브클럽에 적용할 만한 알맞은 규정을 신설하거나 기존 법을 재정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방가르드의 영업정지 처분 소식이 전해지자, 음악계는 항상 '신고'와 '영업정지'의 위험에 노출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현실에 맞도록 법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목소리 높이고 있다.

국회전자청원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는 지난 19일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공연 활동 보장을 위한 공연법·식품위생법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밴드 보수동쿨러가 오방가르드에서 무대 하는 모습. 오방가르드 유튜브 캡처

글쓴이는 "소규모 공연장과 라이브클럽은 신인 음악가가 관객을 만나고 성장하는 출발점이자, 지역 공연 문화의 근간"이라며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음식과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소규모 공연장이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공연 중 관객이 춤을 추거나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통상적인 행위조차 식품위생법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공연장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는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건전한 공연 관람 과정에서 발생하는 춤과 호응을 유흥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소규모 공연장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라며 "소규모 공연장의 현실을 반영하도록 공연법과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기존 공연장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구제 및 전환 방안을 마련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라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공연을 주된 목적으로 하되 음식과 주류를 부수적으로 파는 장소에 적합한 별도 업종 또는 특례 기준 마련 △공연 중 박수·환호·가벼운 춤과 움직임을 유흥업소의 가무 행위와 일률적으로 취급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판단 기준 필요 △민원과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신고 내용과 실제 영업 형태를 충분히 확인 후 고의성·반복성·안전상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분할 것 △최초·경미 위반 시 계도와 시정의 기회 우선 제공하고 반복적이고 중대한 위반만 영업정지 적용하도록 개선할 것 △기존 소규모 공연장 관련 구제 및 합법적 전환 방안 마련 △문화체육관광부·식품의약품안전처·지방자치단체의 공동 대책 마련 등 6가지를 요구했다.

록 페스티벌과 라이브 공연을 즐기는 관객 모임 '락페가 장난이야 놀러왔어'(이하 '락장놀')도 지난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16인에게 '공연법' 개정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일반음식점과 유흥업소 판별의 기준을 '춤'이 아니라 '유흥 종사자들을 두고 손님을 접대하는가'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락장놀' 제안의 핵심이다.

'락장놀'은 △'공연법'에 지금의 '소규모 음악공연장' 등록 유형 신설 △총리령이어서 법률 개정 없이 시행 가능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을 정부에 요구할 것 △전국 라이브클럽 실태조사와 공청회를 바탕으로 당사자 의견을 들을 것 등 3가지를 국회에 요청했다.

밴드 단편선 순간들 멤버인 회기동 단편선도 소셜미디어에 개인 성명을 공개해 라이브클럽의 위태로운 법적 지위 문제는 고질적이었다는 점을 짚으며 "2026년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이를 운영하는 개인들과 그를 거점으로 한 신, 나아가 커뮤니티 전체가 고통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끔찍하다"라고 개탄했다.

단편선은 "우리는 떳떳하고, 시민들에게는 큰 볼륨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출 권리가 있다. 시민들은 유흥업소와 라이브클럽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우매하지 않다. 시대착오적인 것은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정치권과 제도"라고 지적했다.



록 페스티벌과 라이브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 모임 '락장놀'은 지난 20일 국회에 '공연법' 개정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락장놀' 인스타그램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장르에 따라 스탠딩 공간에서 춤추며 즐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관객 문화다. 당연한 일상을 넘어 문화계의 한 축으로 자리한 라이브 클럽 문화가 언제든 단속으로 인한 영업정지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제도의 사각지대가 특정 문화의 후퇴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대단히 수고스러운 일이다. 기존 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소규모 클럽은 한국 음악계의 다양성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이다. 옥죄는 제도가 아니라 진흥할 수 있는 제도로 법을 고쳐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오방가르드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더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춤'을 문화의 근본에 둔 댄스클럽 업계라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 평론가는 "소규모 댄스클럽은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지션, 레이블, 디제이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일터다. 디제잉 아닌 라이브 공연도 주로 클럽에서 열린다. 그곳에서 춤은 당연한 일상"이라며 "'소규모 라이브 클럽' '소규모 댄스 클럽' 여부를 떠나서, 이번 기회에 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제도적으로 춤을 규제하는 기반을 무력화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한성현 음악평론가 역시 "음악에 대한 자연스러운 리액션일 수밖에 없는 '춤'이 규제와 연결된다는 것이 일종의 촌극이다. 물론 처음 법이 제정된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에는 확실히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문화예술 행정의 무성의함과 관료주의를 확인하게 된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다수 공연을 이어가는 터전이라는 상황을 알고 있다면 이렇게 기계적으로 대응했을까 싶다. 문화예술이 삶을 살찌우고, 예술가의 생업임을 감안했다면 이렇게 일방적인 제재만 내렸을까"라며 "이번 기회에 소규모 공연장/라이브클럽/라이브카페 규정과 법안을 전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