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나노 입자가 무작위로 모이며 만들어지는 고유한 '인공 지문'을 보안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 권석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콜로이드 나노 패턴'을 이용해 간단한 빛만으로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보안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사람의 지문이 저마다 다르듯 아주 작은 입자들이 우연히 만들어내는 배열도 매번 달라진다. 같은 재료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입자의 위치와 방향까지 완전히 똑같이 재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연구진은 바로 이 차이를 제품이나 기기의 진위를 확인하는 '인공 지문'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기존의 고보안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PUF)은 미세한 차이를 읽기 위해 고가의 현미경이나 빛의 특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전문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복제하기는 어렵지만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백 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둥근 입자들을 물 위에서 스스로 모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입자들이 모이는 위치와 방향이 매번 달라 서로 다른 무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이는 작은 알갱이를 바닥에 뿌릴 때마다 서로 다른 모양으로 놓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우연히 만들어진 나노 입자의 배열을 제품을 구별하는 고유한 '나노 지문'으로 활용했다.
중요한 것은 이 '지문'을 읽는 방법이 간단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손전등처럼 일반적인 빛을 비추면 나노 입자가 놓인 방식에 따라 고유한 색과 반사 무늬가 나타난다. 레이저 포인터를 비추면 빛이 미세한 입자 구조를 만나 여러 방향으로 퍼지면서 또 다른 고유한 빛의 무늬가 나타난다.
연구팀은 제품마다 이렇게 나타나는 두 가지 빛의 무늬를 미리 등록해 두고, 실제 제품에서 나타나는 무늬와 비교해 진위를 확인하는 방식을 구현했다. 하나의 '나노 지문'을 손전등과 레이저라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빛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위조하려면 나노 입자의 구조 자체는 물론, 손전등을 비췄을 때 나타나는 색과 반사 무늬, 레이저를 비췄을 때 나타나는 빛의 무늬까지 모두 똑같이 재현해야 해 복제가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이 나노 구조를 유연한 플라스틱과 금속, 투명 필름, 하이드로겔 등 다양한 표면에 옮겨 붙이는 데도 성공했다.
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제하기 어려운 무작위 구조를 만들면서도 손전등이나 레이저 포인터처럼 간단한 도구로 쉽게 진위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 핵심"이라며 "전자기기 인증과 위조 방지 라벨 등 일상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보안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