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초유의 현장조사 거부…허탕 친 공정위, 내부선 한숨

박종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대상으로 4차례 현장조사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측이 조사를 거부하면서다.

공정위 출범 이후 조사 대상 기업이 법 적용을 문제 삼아 현장조사 자체를 전면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경쟁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9~21일과 24일 등 모두 4차례 쿠팡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조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가격 맞춤형 쿠폰'에 들어간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부담시켰는지 확인하려 했다.

가격 맞춤형 쿠폰은 쿠팡에서 판매하는 특정 상품이 경쟁 온라인몰보다 비싸면 쿠폰을 자동으로 발행해 실제 구매가격을 최저가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할인비용이 납품업체에 전가됐는지 살피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가 조사 사실을 7일 전에 서면으로 알리지 않았다며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행정조사기본법은 현장조사를 시작하기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한다.

쟁점은 이번 조사가 사전 통지 의무의 예외에 해당하는지다.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에 따른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정위는 이들 법률의 위반 여부를 조사할 때 현장에서 조사공문을 교부한 뒤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조사는 행정조사기본법 적용을 받아 원칙적으로 조사 개시 7일 전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다만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사전에 알리면 증거인멸 등으로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통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조사 개시와 동시에 현장출입조사서를 제시하거나 조사 목적 등을 구두로 통지하면 된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공방은 법정으로 옮겨졌다.

쿠팡은 지난 21일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쿠팡은 현장조사 7일 전 사전 통지가 조사 대상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절차인 만큼, 공정위가 이를 지키지 않은 데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과거 화물연대의 거부로 현장조사를 하지 못한 적은 있다. 다만 기업이 법 적용을 문제 삼아 조사 자체를 전면 거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쿠팡의 대응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한숨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소송 중이라 현재는 잠시 멈춰 있지만, 법원 결정이 나오는 대로 현장조사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공정위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한 대규모유통업자에게 최대 2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공정위는 소송에 대응하는 한편 쿠팡의 조사 거부에 과태료를 부과할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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