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지방 국립대 신입생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강원지역 사립대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립대에만 파격적인 지원이 집중될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사립대의 존립 기반을 더욱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여당은 지난 25일 2027년도 예산안 당정협의를 통해 지방주도 성장과 청년 지원 등을 주요 투자 분야로 제시하고 지방 국립대 신입생의 등록금을 국가장학금 등을 통해 전액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5극 3특' 체제 뒷받침을 통해 청년들의 지역 정주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교육부가 추진 중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위해 지방 거점국립대 9곳을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인재를 유인할 대책 필요성 때문이다.
정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강원도내에서는 국립대인 강원대와 춘천교대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원주와 강릉에 각 캠퍼스를 두고 있던 강릉원주대가 강원대와 통합하면서 '1도 1국립대학'으로 출범한 통합 강원대의 경우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다.
전국 거점국립대학 중 무려 3만 명에 달하는 최다 학생 수를 보유한 강원대의 경우 도내 '빅3 도시'인 춘천·원주·강릉에 각 캠퍼스를 보유한 상황에서 '등록금 전액 지원'이라는 강력한 유인책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대학 관계자는 "원래 정책 목적 자체가 지방대를 살리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률이 오를 것이라고는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며 "지역 학생들의 유인책 뿐 아니라 수도권과 가깝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학생들도 역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원도내 대학생 10명 중 6명이 재학 중인 사립대 입장에서는 심각한 차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대와 대학알리미 2025년 대학별 재학생 현황 분석 결과 폴리텍대학 3곳을 제외한 강원지역 15개 대학 재학생은 8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2개 사립대 재학생은 4만 3500여 명 수준으로 전체의 약 61.4%를 차지했다. 강원대와 춘천교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7.8%로 나타났다.
학교별로는 한림대가 757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세대 미래캠퍼스 6931명, 가톨릭관동대 5229명 순이다. 이 밖에도 전문대와 중소 규모 대학들도 적지 않은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이에 지역 사립대들은 정부의 국립대 집중 지원이 결국 신입생 모집 경쟁에서 사립대를 도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수시 모집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의 이같은 발표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사립대 죽이기'가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도내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역에는 국립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립대가 훨씬 많은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며 "지역소멸을 막겠다는 정책이 또 다른 지역대학의 위기를 불러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개별 대학들이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가 지역인재 육성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지원 의존도가 높은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대학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개별 대학이 반대의 입장을 내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지난 10일 지방 국립대 '전액 장학금 지급' 계획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사총협은 "교육부의 사실상 '국립대학 무상교육' 계획은 사립대학에 대한 차별적이고 불합리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학생 간 형평성을 훼손하고 지역대학의 공정한 경쟁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