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부터 탈모치료제까지…신약 개발 속도 내는 제약사들

의약품 등 약가 인하 본격화…국내 제약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희귀·난치성질환 등 신약 개발로 경쟁력 확보 총력전
탈모치료 신약도 '속도'…'모발성장 유도제·장기지속형 주사제' 임상 중

연합뉴스

국내 제약업계가 정부의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를 계기로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 탈모치료제 등 자체 신약 개발과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국내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기본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인하했다. 기존 등재 의약품 가격은 향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대웅제약, 종근당, GC녹십자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정부의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가 본격화함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 신약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보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 임상2상…하반기 결과 공개

한미약품은 희귀질환인 선천성 고인슐린증(CHI) 치료제인 '에페거글루카곤(HM15136)'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선천성 고인슐린증은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돼 심각한 저혈당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현재 FDA가 해당 질환을 특정 적응증으로 승인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에페거글루카곤은 세계 최초 주 1회 투여 방식의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FDA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고, 현재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2상 결과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3형 고셔병치료제 등 박차…'YH35995' 美·유럽 'ODD' 지정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난치성 질환 등 주요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보물질인 'YH35324'는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글로불린E(IgE)를 억제하는 장기 지속형 바이오의약품으로, 현재 다국가 임상 2상이 진행중이다. 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제 YH25724는 국내 임상에 진입한 상태다.
 
유한양행은 제3형 고셔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 'YH35995' 연구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YH35995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기존 치료제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중추신경계까지 약효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올해 4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이어 6월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고셔병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됐다. 현재 임상 1상 단회투여(SAD) 결과가 공개됐고, 반복투여(MAD) 단계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종근당, 퇴행성 신경질환·희귀 망막질환 치료제 집중

종근당의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 'CKD-513'은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은 영국 임상 1상에서 약효와 안전성을 확인했고, 미국 FDA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종근당은 지난 21일엔 미국 안과질환 전문 제약사인 키오라 파마슈티컬스와 망막질환 신약 후보물질 'KIO-301'의 국내 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KIO-301은 시력 저하나 소실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 치료를 위해 개발되고 있다. 종근당은 KIO-301의 국내 안과 적응증 개발과 허가 등을 맡고, 진척 상황에 따라 키오라 측에 기술료인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KIO-301은 특정 유전자 변이에 제한되지 않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 후보물질"이라며 "종근당이 축적해 온 안과 분야의 전문성과 임상·허가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폐섬유증과 자가면역질환 등 난치성 질환을 중심으로 30여개 연구개발(R&D)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은 글로벌 임상 2상 환자 모집을 마쳤고,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DWP305401'은 임상 2상을 진행중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DWP213388'과 'DWP212525'는 미국과 국내에서 각각 임상 1상을 진행증이다.
 

GC녹십자, 암·파브리병 등 핵심 후보물질 선정·개발 나서

GC녹십자는 희귀질환치료제, 항암제, 혈액제제, 백신 분야를 전략 투자 분야로 정하고, 5대 핵심 후보물질을 선정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5대 핵심 후보물질은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 'GC5136B', 파브리병 치료제 'GC1134A',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GC1148A',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GC4006A',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백신 'GC1140B' 등이다.
 
앞서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FDA 허가와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의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바 있다.
 
또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IV'는 인도 중앙의약품표준관리기구(CDSCO)와 대만 식품의약국(TFDA)으로부터 각각 품목 허가를 받았고, 뇌실 내 직접 투여 제형인 '헌터라제 ICV'는 대만 TFDA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로써 헌터라제 IV는 전 세계 14개국, 헌터라제 ICV는 4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헌터증후군은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을 분해하는 리소좀 효소가 부족해 골격 이상, 심장 기능 장애 및 인지기능 저하 등을 유발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으로, 주로 남아 10만~15만 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한다.
 
이밖에 SK바이오팜은 SK텔레콤과 AI를 활용해 ROR1을 표적으로 하는 난치성 암 치료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다. ROR1은 혈액암과 고형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발현되는 단백질로, 양사는 AI를 활용해 ROR1 결합 바인더 후보를 발굴하고 이 가운데 초기 유효물질 2종을 확보했다.
 
SK바이오팜은 약 1조 1천억원을 들여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도입 계약도 맺었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 바이오헤이븐 바이오사이언스의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을 7억 9500만달러(약 1조 995억원)에 도입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회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칼륨채널 활성화 기전을 가진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오파칼림·Opakalim)과 기타 칼륨채널 활성화제 화합물, 관련 플랫폼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를 취득했다.오파칼림은 현재 글로벌 임상 2·3상이 진행 중인 약물이다.
 

탈모치료 신약 개발도 속도…부작용 없는 치료제 가능성

국내 제약사들은 탈모치료제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사들은 기존 치료제가 일부 환자에게서 성기능 이상 반응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자 모발 성장을 유도하거나 투약 횟수를 줄인 장기지속형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JW중외제약은 모낭의 성장과 재생을 직접 유도하는 신약 후보물질 'JW0061'을 개발하고 있다. JW0061은 모발 성장에 관여하는 GFRA1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기전의 계열 내 첫후보물질이다. 지난 4월 국내 임상 1상에 착수했고, 미국·일본 등 주요국에서 물질특허도 확보했다.
 
기존 남성형 탈모 치료제는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호르몬인 DHT 생성을 억제해 탈모 진행을 늦추는 방식인데, 일부 환자에게서 성기능 이상 반응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JW0061은 DHT를 줄이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모낭의 성장 신호 자체를 활성화하는 방식이어서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기존 치료제의 성기능 관련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3개월에 1회 주사제 2·3상 중…"탈모 치료 새 대안될 것"

투약 횟수를 줄인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제약사들도 있다.
 
종근당은 두타스테리드 장기지속형 주사제 'CKD-843'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CKD-843은 기존에 매일 복용하던 두타스테리드를 3개월에 한 번 투여해도 약효가 지속되도록 설계했다. 임상 종료 목표 시점은 내년 4월로, 현재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있다.
 
대웅제약은 피나스테리드 장기지속형 주사제 'IVL3001'을 인벤티지랩과 함께 개발 중이다. IVL3001은 매일 복용해야하는 피나스테리드를 1개월에 한 번 주사로 바꿔 복약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올해 국내 임상 2상에 착수했고, 남성형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적정 용량과 효과·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호르몬 억제에 따른 부작용 자체를 없애는 방식은 아니며, 복약 부담을 줄이고 꾸준한 치료를 돕는 것이 장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경구제의 부작용이 부담스러운 환자에게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매일 복용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복약 부담을 줄이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