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공제 9억→12억?…흔들리는 '거주 중심' 세제개편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당초 9억원으로 낮춰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차등화하려 했지만, 직장이나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27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낮추지 않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기존에 1세대 1주택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기본공제를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당시 개편 취지를 설명하면서 "집은 '바잉(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리빙(living)', 즉 사는 곳이라는 원칙 아래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되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주택을 투자 대상보다 '사는 곳'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류영주 기자

하지만 정부안 발표 이후 '비거주'라는 기준만으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크게 달리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논란이 이어졌다. 직장 변경이나 파견, 자녀 취학·교육, 질병이나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으로 집을 한 채 보유하면서도 다른 곳에 거주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거주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정부안대로라면 예외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실제 생활상의 이유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도 기본공제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한 경우와 불가피한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 제동을 걸었다.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정은 직장이나 취학, 육아·가족 돌봄 등 불가피한 사유로 실제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 거주로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데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당초 정부안인 9억원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왔고, 현재는 현행 수준인 12억원을 유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만 14억원으로 높아진다. 비거주자의 세 부담을 기본공제 측면에서 추가로 강화하기보다 실거주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실거주 우대' 원칙을 유지하는 절충안인 셈이다.

정부는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예외 사유도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당초 취학과 직장 변경·전근, 질병,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을 예외 사유로 제시했지만, 육아나 가족 돌봄 등 다양한 비거주 사유를 추가하거나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이기로 한 방안도 재검토 대상이다. 여당에서는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현행 150%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역시 당정 간 추가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부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70%로 높이고, 비거주 1주택자에게 적용되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보유기간 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3억원 조정하는 문제를 넘어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실거주 중심 과세'를 실제 세제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와 맞닿아 있다.

비거주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면 실거주 중심이라는 정책 방향은 분명해지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예외를 지나치게 넓히면 실거주 여부에 따라 과세를 차등화한다는 정책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충분히 논의하고 다듬어 낸 정책이라면 발표 이후 제기된 문제에 따라 곧바로 완화 방향으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 개편은 '실거주'라는 개념을 새로운 세금 기준으로 도입한 것인데, 그 경계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정부는 다음 달 3일 세법 개정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최종안을 조율할 전망이다. 일단 원안을 제출한 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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