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솎으려다 흑자기업 상폐?…코스닥 상폐기준 보완하나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을 위해 강화한 상장폐지 기준을 두고 세부적인 보완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가총액이나 주가만으로 퇴출 여부를 가를 경우 정상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까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자 현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기로 했다.

시총 미달 10곳 중 3곳은 '흑자'…내년엔 기준 300억원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은 올해 들어 빠르게 강화됐다. 시가총액 기준은 올해 1월 150억원에서 7월 200억원으로 높아졌고 내년 1월에는 다시 300억원으로 상향된다. 지난달부터는 주가가 1천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도 새로운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됐다.

시가총액이나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가운데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새 기준에 따라 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총 38곳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당국은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해 코스닥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시총이나 주가만으로 부실기업을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증시 상황이나 투자심리, 수급 등에 따라 기준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중소·벤처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인 코스닥 상장사는 149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45개사(30.2%)는 흑자기업이었다. 시총 기준선 아래에 있는 기업 10곳 중 3곳은 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내년 1월 시총 기준이 300억원으로 올라가면 지난달 말 기준 394개사가 기준선 아래에 놓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성장성을 인정받아 상장한 기술특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시장 평가가 낮다는 이유로 성장기업까지 부실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흑자기업도 시총이나 주가가 낮다는 이유로 상장폐지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부실기업이 우선"이라면서도 "미세조정할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 신뢰성을 고려해 전면적인 변경에는 선을 그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내 전광판. 연합뉴스

"시총만 보지 말아야"…당국, 현장 의견 추가 수렴

중소·벤처기업계에서는 상장폐지 기준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강화 속도와 일률적인 적용 방식은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올해 7월 시행된 시총 200억원 기준의 적용을 유예하고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300억원 기준 역시 1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총이나 주가뿐 아니라 매출·영업이익 등 재무상황과 성장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상장폐지 적용을 제외하거나 유예할 수 있는 별도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상장 5년 미만 기술특례상장기업에는 시총·동전주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건의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실적이나 시장가치만으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까지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세종대학교 김대종 경영학과 교수는 "아마존 같은 기업도 적자일 때 상장을 해서 지금은 3조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컸다"며 "적자인 기업이나 시가총액이 작아도 발전 가능성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시총 기준의 큰 틀은 유지하되 기준을 밑돌더라도 일정 기간 흑자를 이어가거나 재무 상태가 건전한 기업에는 예외를 두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 기준 자체를 다시 낮추기보다는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수년간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온 기업에는 예외를 두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부실기업을 퇴출한다는 큰 틀은 유지하되 시가총액만으로 정상기업까지 걸러지는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장이 언급한 '미세조정'은 시가총액 기준 자체를 변경하기보다는 세부적인 보완 필요성을 살펴보겠다는 취지에 가깝다. 당국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소·벤처기업 등 현장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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