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뺑뺑이가 유착 방지책?"…경찰 '강제 순환인사' 갈등 확산

'향찰' 쇄신책으로 순환인사 확대…내년 상반기 시행 목표
일선 "개인 비리 문제에 조직 연좌제…근본 대책 아냐" 반발
전문가 "지역 수사 전문성 저하 우려…내·외부 통제 우선"


경찰이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이른바 '향찰(鄕察)' 문제의 쇄신책으로 순환인사제 확대를 추진하면서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정 사건을 계기로 하위직 현장 실무진을 순환인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지휘부의 무책임한 조치라는 비판과 함께, 경찰관들의 물리적 강제 이동이 지역 사정에 기반한 수사 전문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 전체를 범죄자 취급"…삭발 투쟁까지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장윤기 사건' 이후 불거진 경찰관의 연고지 유착 문제를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순환인사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상과 범위 등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오는 2027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경찰은 총경·경정급 경찰 간부 외에는 전국 단위 순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순환인사 대상이 경정 미만으로 확대될 경우 일선 경찰서 계장·팀장을 맡고 있는 경감급 수사 실무진 등에게도 대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시·도 단위 중심이던 인사 범위도 전국 단위로 넓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4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산하 '강제 순환인사 공동투쟁위원회'가 집회를 열었다. 김창훈 수습기자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획일적 순환인사가 지역 유착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별 비위 사건을 이유로 조직 전체에 책임을 묻는 '연좌제식 행정'이라는 주장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지난 3일 '강제 순환인사 공동투쟁위원회'를 출범하고 강제 순환인사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전국 단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민관기 공동투쟁위원장을 비롯해 현재까지 40여 명이 삭발 투쟁에 참여했다.

투쟁위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호소문도 전달했다. 민관기 위원장은 호소문에서 "한 사건의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 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전국 수많은 경찰관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것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사건의 실체와 원인이 충분히 밝혀지기도 전에 장기근무를 원인으로 단정하고 일률적인 순환인사를 추진하는 것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쟁위는 획일적인 강제 순환인사가 수사 연속성과 지역 밀착 수사 전문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주거 및 자녀 교육 등 생계적 부담도 가중시킨다는 입장이다. 친족 등 사건 이해관계자의 수사 개입을 금지하는 '상피제' 도입 등이 적절한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부산북부경찰서 소속 정학섭 경감은 "강제 순환인사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장윤기 사건의 원인을 한 지역에 오랫동안 근무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대책 없이 순환근무제를 발표한 것에 대한 항의"라며 "수사 지휘를 100% 서면으로 남겨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나 지시를 차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야간 근무를 하고 서울로 왔다는 천안동남경찰서 소속 안세영 경위는 "충남청에서 27년째 소신을 갖고 일하며 단돈 만 원이라도 누구에게 받아본 적 없는데, '향찰'이라는 프레임으로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수사의 미진함이 발견됐다면 그 부분의 쇄신안을 준비해야지, 전체 경찰을 대상으로 전국 '뺑뺑이'를 돌리면 해결된다는 발상은 무책임하다"고 토로했다.

울산경찰청 소속 한 경위 역시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질환자 등 현장 경찰관은 지역 사정을 잘 알아야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경찰관도 가정과 이웃이 있는데 타지로 강제 발령을 내면 제대로 된 생활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지역 치안 무너뜨리는 탁상행정"…강제 이동 해법 아냐

지난 24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산하 '강제 순환인사 공동투쟁위원회' 집회 참가자들이 삭발에 나섰다. 김창훈 수습기자

일선 반발이 격화하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0일 직협 투쟁위와 간담회를 열고, 순환인사제 확대 방안을 수사개혁위원회에서 먼저 검토한 뒤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온라인 설문조사, 내부 게시판을 통한 의견수렴, 현장자문단 구성 등 방식으로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당장 내부 통계부터 지휘부의 추진 명분을 흔드는 모양새다. 경찰 수사개혁위원회가 계급별·시도경찰청별 경찰관 징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는 하위직 경찰관보다 순환근무를 하는 고위직 경찰관의 징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개혁위 내부에서도 순환근무제 도입에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역시 순환인사를 강제하는 것은 치안 역량 약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경찰 수사는 지역 내 인적 네트워크와 친밀감을 통한 제보 등 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역"이라며 "지역 사정을 알기도 전에 떠돌아다녀야 한다면 지역사회 경찰 활동을 강조하는 현대 경찰의 흐름과 역행하게 되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탁 등 유착은 물리적 위치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 문제"라며 "문제를 일으킨 인물에게 강력한 책임을 묻고, 폐쇄적인 경찰 조직을 개방해 투명화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원식 교수도 "경찰이 직무 분야 내에서 전문성을 쌓고 지역 치안 전문가로 성장해야 함에도, 일부 직업윤리 위반 행위 때문에 물리적 지역 이동을 강제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순환인사를 확대할 경우 오히려 관리자급의 관리 역량을 저하시켜 하위 직급의 재량권 오남용이 더 심화할 수 있다"며 "감찰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공정한 외부 감시 체계를 설계하는 등 시스템을 통해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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