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추가세수'를 활용해 100조~150조 원대 규모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세수 변동에 따른 재정 충격을 완화하고 미래산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장치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재정법과의 충돌,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지방 반발, 국회 통제권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9월 정기국회의 최대 뇌관이 될 전망이다.
靑 "국채 발행 널뛰기 막는 완충재…책임 있는 재정 운용"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6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대응기금 신설 배경에 대해 "세금이 많이 들어오면 많이 쓰고, 적게 들어오면 안 쓰는 방식은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초과 세수를 전액 국채 상환에 쓰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세수가 호황일 때 적립해 두지 않으면 경기 둔화 시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국채 발행이 널뛰기하듯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은 결코 안정적인 국가채무 관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래대응기금은 세수 변동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신산업 투자와 메가프로젝트, '7대 시드' 분야,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한 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금은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추가 세수를 모아 적재적소에 투자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무를 총괄하는 기획예산처 미래대응기금추진단의 박성훈 단장도 이 같은 기조에 힘을 실었다.
박 단장은 이날 청와대 유튜브 채널 '팩트방앗간'에 출연해 "개별 사업 세부 명세까지 담긴 기금운용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해 사전 심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설계했다"며 국회 감시를 피한 '정부 쌈짓돈'이라는 지적을 일축했다.
전문 운용기관을 통해 국고채 3년물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을 달성하겠다는 구상과 함께 "필요시 기금 운용 과정에서 국채 상환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충돌·지방 반발…'통제권 양보' 논의가 분수령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기금 안착까지는 적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는 평가다.
당장 현행 국가재정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재정법 제90조는 세수 잉여금 발생 시 국가채무 상환과 교부세 정산을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야권을 중심으로 법적 원칙을 훼손하고 나랏빚 상환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금 재원 중 약 20조 원 안팎을 법정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충당하겠다는 구상 역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계를 중심으로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경기 변동에 민감한 반도체 세입의 불확실성과 일반회계보다 변경이 용이한 기금 특성상 '정부의 상시 추경용 통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불신도 있다.
정부가 8월 말 입법 예고를 거쳐 9월 초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구체적인 세입 전망과 기금 규모를 국회에 제출하면,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이 같은 우려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여소야대 상황임에도 원안 통과가 가능하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설득이 통할지, 아니면 기금 운용의 변경 재량 범위를 축소하고 주요 사업의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국회 통제권을 대폭 수용하고, 일정 비율을 국채 조기상환에 배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