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벤처투자 역대 최대…이제 '얼마나 시작했나'보다 '어디까지 갔나'를 볼 때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수만 명의 지원자가 몰린다면, 그만큼 관심이 뜨겁고 숨어 있는 인재도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지원자 수만이 아니라, 그 무대에서 누가 발견되고 이후 얼마나 성장했느냐다.
 
우리 창업생태계도 비슷한 시점에 와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는 약 8.9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고, 초기기업과 비수도권 기업에 대한 투자도 크게 증가했다. OECD 통계에서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벤처투자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이제 우리 창업생태계의 과제는 늘어난 자금이 새로운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있다.
 
창업 열기도 뜨겁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는 6만 명 넘게 도전해 5천 명이 1기로 선발됐다. 13세부터 78세까지 다양한 세대에서 최종 선정자가 나왔다. 우리 사회 곳곳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업에 대한 도전 의지가 잠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신호다.
 
그렇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을 확장할 때다. '얼마나 많이 시작했는가'와 함께, '그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졌는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투자와 창업 열기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창업의 기회가 넓어진 만큼 이제는 '얼마나 창업했는가'와 함께 '무엇을 만들어냈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 창업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제 가치로 구현하는 출발점이다.
 
누구에게나 창업에 도전할 기회는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의 시장성과 사업화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하고, 가능성 있는 도전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때 창업의 경제적 가치도 커진다.
 
둘째,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어디에서 멈추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되거나 첫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성공을 말하기는 이르다. 아이디어의 사업화에서 초기·후속 투자,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까지 기업의 성장은 여러 단계를 거쳐 이어진다.
 
따라서 지원기업 수나 투자액 못지않게 기업이 어느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도 중요하다. 초기 창업 이후 후속투자에서 멈추거나, 기술개발 이후 시장을 찾지 못하거나, 국내 성장 이후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등 기업이 마주하는 성장의 고비는 저마다 다르다.
 
셋째, 기업의 성장경로를 중심으로 지원정책을 연결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궁극적인 성과는 얼마를 투자받았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 R&D와 인재 확보, 실증과 판로, 대·중견기업과의 협력, 글로벌 진출, M&A와 IPO 등 다양한 성장경로가 열려 있어야 한다.
 
실제 기업의 성장 과정은 개별 지원사업의 구분처럼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기술을 개발하면서 투자를 받고, 고객을 만나면서 제품을 개선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다시 R&D가 필요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개별 지원사업을 하나씩 늘리는 것보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단절을 줄이고 필요한 자원들이 적시에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합뉴스
 
정부는 더 많은 가능성이 시장에서 시험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에 민간의 자본과 역량이 적시에 연결되도록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성공한 창업가와 투자자의 경험과 자본이 다시 새로운 도전으로 돌아오는 선순환도 중요하다.
 
벤처투자 8.9조 원과 6만 명이 넘는 창업 도전은 분명 반가운 기록이다. 몇 년 뒤에는 이러한 기록과 함께, 그때 시작된 도전이 어떤 기업으로 성장했고 어디까지 나아갔는지도 중요한 성과로 남을 것이다.
 
'모두의 창업'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누구에게나 도전의 기회가 열려 있고, 좋은 도전이 새로운 기업으로 이어지며, 그렇게 성장한 기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되는 창업생태계일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 이정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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