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승만 정부 때의 선례 등을 토대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을 반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법조계에선 "역사의 반면교사가 어느 순간 '선례'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는 최근 SNS에 글을 올려 청와대의 '이승만 사례' 검토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으니 과거의 '선례'를 찾는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 선례가 하필이면 이승만 정부의 사법부 장악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저서 '가인(街人) 김병로'에 등장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 거부 사건을 자세히 소개했다.
1957년 12월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퇴임하자 당시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회의가 후임 대법원장으로 김동현 전 대법관을 제청했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집권 자유당의 경북도당위원장이었던 이우익씨를 대법관으로 제청해달라고 법관회의에 요구했고 법관회의는 거부했다. 그러자 자유당 의원들은 법 개정을 통해 대법원장 제청권을 삭제하려 했고 법조계에선 반발이 일어났다.
결국 자유당은 법 개정을 철회하고 이승만 대통령도 더이상 특정인을 임명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이 사례에 대해 한인섭 교수는 책에서 "대통령의 횡포라 아니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데자뷔를 느낀다. 68년 전의 기록과 너무나 닮아 있다"며 "1958년의 대법원장 임명제도와 오늘날의 대법관 임명제도는 다르지만 '대통령의 임명권은 어디까지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같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임명권이 제청권을 압박하기 시작하면 제청권은 그렇게 형해화된다"며 "역사에는 따라야 할 선례가 있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분립은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고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대방의 헌법적 권한 앞에서는 자제하라는 명령"이라며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