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오는 10월 2일부터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경찰 권한이 전례 없이 막강해지지만, 이를 통제할 견제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장윤기 사건에서 불거진 현직 경찰 아버지의 증거 은폐 정황이나 수사팀 유착 의혹, 장미란 실종 사건 처리 과정 등을 거치며 경찰 수사 신뢰도는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법무법인 한서의 홍민호 변호사와 전북CBS 보도국 김대한 기자는 지난 27일 전북CBS '라디오X'에 출연해 최근 불거진 부실 수사 논란을 중심으로 수사권 조정의 맹점을 지적했다.
전북 지역에서도 경찰의 1차 판단 오류가 검찰의 보완 수사 과정에서 뒤집힌 사례가 잇따랐다. 2021년 중순 전북에서 발생한 화물차 운송 사업 사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의자 A씨 등은 이미 양도한 화물차를 다시 매도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해 B씨와 C씨에게 각각 3900만 원, 5300만 원 등 총 1억 원을 편취했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 계좌가 해외 여러 곳에 분산되어 추적이 어렵고 사기 고의성을 입증할 단서가 없다며 '증거 불충분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피해자의 이의 신청을 토대로 재수사에 착수한 전주지검은 자금 흐름을 명확히 파악해 1억 원 편취 사실과 사문서 위조, 자동차 등록원부 불실기재 등 추가 혐의를 밝혀내고 피의자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성범죄 수사에서도 경찰 수사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전북 익산에서 40대 기간제 교사가 2개월 동안 20여 차례에 걸쳐 미성년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에서, 경찰은 피해자가 사실상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판단해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3년 이상)만 적용해 송치했다.
반면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피의자의 과거 성범죄 전력을 살피고 지위를 이용한 위력 범행에 초점을 맞춰,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인 '청소년성보호법(위계 등 간음)' 혐의로 죄명을 무겁게 변경해 구속 기소했다. 당시 경찰은 고소장에 적힌 내용대로 성실히 수사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법률 전문가는 현재 경찰 수사 시스템이 심각한 기능 부전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홍민호 변호사는 "경찰이 범죄 실체를 밝히는 대신 고소장에 적힌 것들이 맞는지 검증하는 절차만 가졌다"라며 "경찰 논리대로라면 피해자가 고소장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죄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홍 변호사는 일선 경찰서의 고질적인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어려운 사건, 피해자 대변, 법적인 공부가 필요한 사건들을 똑같은 월급을 받고 수사 부서에서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라며 "여성 청소년 성폭력계나 경제팀 등은 기피 부서로 전락해 남아있는 연차 낮은 경찰들만 갈려나가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또한 "경찰 입장에서는 최대한 사건을 빨리 종결시키든지 뭉개든지 손이 많이 안 가게끔 털어내려 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 과정에서 내부 승진을 위해 꼼꼼한 수사보다 다량의 사건 처리가 더 우대받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라고 현장의 척박한 실태를 폭로했다.
경찰 내부의 하명 수사 쏠림 관행도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다. 김대한 기자는 이재명 정부 들어 공무원 비리 근절 등 특명 수사에 경찰 인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부작용을 꼬집었다. 김 기자는 "정부에서 엄단을 요구하면 수사관 특진을 노린 엘리트 수사관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돼 성과를 낸다"라며 "이런 집중 수사가 장기간 이어지면 결국 지역사회에 필수적인 민생, 환경, 선거 사범 수사는 소홀해지는 게 당연지사"라고 분석했다.
김 기자는 "방산 비리를 고발한 50페이지 가량의 복잡한 고소장도 경찰이 6개월 동안 쥐고 있다가 '증거 불충분 혐의 없음'이라는 단 한 줄의 불송치 결정서로 종결해 버린 사례도 목격했다"라고 덧붙였다.
10월부터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마저 가로막히는 새 형사소송법 체제에서는 피해자 권리 구조가 한층 험난해질 전망이다. 시민단체가 공익 목적으로 고발하는 환경·부패 범죄 역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묻힐 가능성이 크다.
홍 변호사는 "앞으로는 무조건 변호사가 있는 상태에서 고소하고 피해자 조사도 대동해야 한다"라고 조언하며 "변호사가 모든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심부름 센터나 탐정 사무소에 증거 수집을 의뢰하는 일까지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1953년 제정 이래 70년 동안 다듬어져 온 형사 사법 체계가 급격히 허물어지면서, 그로 인한 수사 공백과 피해 복구의 책임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