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가 전국 최초 '글로벌 관광특구' 지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지만, 막대한 지자체 재정 부담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중심 사업임에도 차별성이 눈에 띄지 않는데다, 기초지자체로선 부담이 큰 거액의 예산을 감당해야 해 사업 내실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에서 '글로벌 관광특구'로 지정돼 관련 관광 사업에 2년간 사업비 6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낮과 밤, 일과 휴양이 공존하는 글로벌 관광특구'를 주제로 시설 조성이 아닌 '킬러콘텐츠' 확충과 서비스 개선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해운대구는 공모 과정에서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유치, 달맞이길 월간 특화 프로그램 등을 핵심 세부 사업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사업 초기 기획 단계부터 대표 콘텐츠들이 이미 진행 중인 기존 사업을 확대하거나 모호한 구상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부 사업으로 제시된 '달맞이길 월간 특화 프로그램'의 경우, 신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아닌 이미 시작한 시비 사업의 덩치만 키우는 수준에 그친다. 해운대구는 부산시 공모 사업으로 지정돼 다음 달부터 추진하는 '달맞이 문화페스타: 반값다 여행아' 프로그램의 확대 시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IP 유치'는 서커스나 콘서트 등 대형 상업 이벤트 유치 수준의 모호한 구상에 머물러 있다. 기존 상업성 축제 등 일회성 이벤트로 추진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해외나 대기업 IP 보유사의 라이센스비로 빠져나가 정작 지역 관광 인프라에는 지속 가능한 자산이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사업 내용뿐만 아니라 재정 구조에도 있다. 사업비 60억 원 가운데 국비 3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30억 원은 지방비로 부담해야 한다. 부산시 지원이 9억 원에 그치면서, 해운대구는 전체 사업비의 30%가 넘는 21억 원을 자체 구비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 대부분이 사회복지 등 고정 경비로 묶여있는 기초지자체 입장에서 단일 관광 사업에 21억 원의 구비를 쏟아붓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구 예산 규모에서 21억 원이면 굉장히 큰 금액이라 시비 추가 확보를 노력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비가 고정된 상황에서 구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 너무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사업 추진 체계 역시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 없이 구청 공무원들로만 전담 TF가 구성되고, 세부 기획 등은 민간 대행업체 용역에 맡기는 구조다. 관광 콘텐츠 개발이 핵심인 특구 사업인 만큼, 기존 행정 관행에서 벗어나 사업의 전문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의회에서도 과도한 구비 부담과 부족한 구체성 등을 짚으며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해운대구의회 원영숙 부의장은 "어떤 시설보다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사업임에도 세부 사업 자체가 구체화되지 못해 굉장히 염려스럽다"며 "특히 21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올해 추경이나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앞으로 세부 사업 내용과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운대구는 오는 3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사업 계획 수정·보완에 나설 예정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아직 특구로 선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체부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가다듬을 예정"이라며 "문체부와 세부 사업 계획을 조율하고 나면 수정안과 함께 보다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