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 범위 논란에 대해 정부가 시행령 제정 대신 기존 해석지침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확정했다. 위임 조항 없는 시행령을 둘러싸고 제기돼온 위법·월권 논란을 피하면서, 노동계 반발도 일정 부분 수렴한 결과로 풀이된다.
28일 청와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해석지침 보강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발표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새 지침은 기존 지침의 자구를 고치는 게 아니라, 기존 지침 내용을 전제로 사례와 설명을 추가하는 별도 지침 형태다.
노동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지침은 지침대로 있고, 그 내용을 전제로 구체화하는 지침"이라며 "다만 특정 기업 이름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는 어떻다'는 식으로 예시를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이르면 다음 주 공식 발표에 나설 계획이며, 노사 단체도 만나 새 지침을 설명할 예정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폭넓게 규정하면서다.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와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의 교섭 의제 포함 여부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1일과 지난 11일 두 차례에 걸쳐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 검토를 지시하면서, 애초 해석지침 보완을 검토하던 노동부도 시행령 제정까지 열어놓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동부는 시행령 제정은 어렵다고 최종 결론 내리고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지침 보완으로 방향을 정했다. 청와대도 "현장에 미치는 효과는 유사하지만, 입법예고·규제심사 등 3개월 이상 소요되는 시행령보다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시행지침을 제정하려는 것"이라며 "지침 적용 후 현장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다른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속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그간 제기돼온 법적 문제를 피해간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란봉투법에는 쟁의 대상을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조항이 없어, 시행령으로 범위를 제한할 경우 행정부 월권이자 위법이라는 지적이 노동계는 물론 여당 안에서도 나왔었다. 시행령을 강행했다면 제정 단계부터 위헌·위법 시비에 휘말릴 수 있었던 셈이다.
노동계 반발을 의식한 수위 조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시행령이든 법 개정이든 노동3권을 축소하는 어떠한 시도도 한 치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한 바 있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시행령 대신 기존 해석의 테두리 안에서 예시를 더하는 지침을 택한 것은 노동계의 반발도 일정 부분 의식한 결과물로 읽힌다.
다만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노사 간 해석 차이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계는 지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어 지침 발표 이후 노사정의 반응이 논란의 다음 국면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