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전기차 화재' 벤츠 소송 시작…"322억 지급하라"

'사상최대 피해' 인천 벤츠 EQE 350+ 화재
막대한 보험금 쓴 메리츠, 벤츠에 구상금 소송
59시간 주차된 벤츠서 불…메리츠 "車 결함"
벤츠 "결함 증거 없어" 반박
듣고 있던 재판부 "결함 추정 규정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전기차 화재로는 최대 규모 피해를 낸 '인천 벤츠 화재' 소송이 시작됐다. 

수백 대의 차량과 아파트 시설이 불에 타며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한 메리츠화재는 "벤츠 전기차 결함으로 인한 화재"라며 벤츠가 322억원을 물어내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특히 재판부는 첫 변론에서부터 "제조물책임법엔 '결함 추정' 규정이 있다"며 벤츠도 적극적으로 차량이 정상이었음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충전도 아니고, 59시간 주차된 벤츠…갑자기 불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20민사부는 메리츠화재가 벤츠 등을 상대로 낸 322억원 구상금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을 지난 28일 진행했다. 아직까지 보험금 지급이 마무리되지 않아 구상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4년 8월 1일 새벽,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에 주차돼있던 벤츠 전기차 EQE 350+에서 불이 나면서 시작됐다.

벤츠 전기차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하부에서 불이 났고 이후 폭발했다. 불은 주변 차량과 아파트 설비로 옮겨 붙었고 차량 87대가 전소되는 등 800대가 넘는 차가 피해를 입었다. 8시간 동안 이어진 불로 아파트 설비도 크게 손상되면서 이재민 수백명도 발생했다.

인천경찰청 조사 결과 차량은 충전 중도 아니었고, 59시간 동안 운행 없이 주차돼 있었으며, 특별한 외부충격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특별한 요인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이 난 것이다.

메리츠 "벤츠 배터리 문제…BMS도 피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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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메리츠화재는 벤츠 차량의 결함과 과실을 주장한다. 근거로 △벤츠 배터리 결함 △BMS 미작동 △5분 전 경고 기능 미작동을 들었다.

우선 벤츠 EQE 350+에 탑재된 '파라시스 배터리'가 다른 회사 배터리와 달리 에너지 밀도가 높게 설계돼있고, 배터리 셀도 난연재로 감싸지 않아 불이 쉽게 난다는 것이다. 메리츠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는 30개의 모듈로 배터리 셀을 분리했는데, 벤츠 파라시스 배터리는 단 10개의 모듈만 쓰고 있어 불이 났을 때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했다.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와 '5분 전 경고 기능' 미작동도 문제 삼았다. 벤츠 차량에는 BMS Wake up 기능이 없어서 주차 상태서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도 BMS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EU(유럽연합) 제조 차량에 장착하도록 규정된 5분 전 경고 기능이 이번 사고에선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의 법률대리를 맡은 하종선 변호사는 "주차 중 이상 상태를 조기 탐지하는 BMS Wake up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고, 열전이가 위험 상황으로 발전하기 전에 경고하는 5분 전 경고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작동했다면 화재는 최소 약 10분 이상 조기에 인지됐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피해규모를 충분히 줄일 수 있었는데, 벤츠 결함으로 불가했다는 것이다.

재판부 "결함 추정 규정 있으니 벤츠도 입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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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결함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맞섰다. 벤츠 법률대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벤츠는 차량 결함 사실 자체가 입증되지 않았고 제3의 요인에 의해서 불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또 불이 확대된 것 역시 아파트 관리업체 측의 잘못도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를 듣고 있던 재판부는 "제조물책임법은 결함 추정 규정이 있다. 피고 측(벤츠)이 단순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도 충분한지 모르겠다"며 "필요한 게 있다면 설명하고 입증하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피해자 측이 '제조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손해가 발생했다' 등을 입증하면 제조물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제조사가 제조물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제조사에 책임이 없다.

결국 재판부의 말은 벤츠도 적극적으로 차량이 정상이었음을 입증하라는 것이다. 사고 차량이 충전 중인 상태도 아니었고, 59시간 동안 한 자리에 주차된 상태에서 무슨 이유로 불이 났는지는 재판 내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재판은 11월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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