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전 발표 연기에도 금융권 '반발 전선'…"중단까지 투쟁"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지방이전 결사저지를 위한 예금보험공사·금융감독원 노동조합 공동 대응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금융기관 지방 이전 계획 발표가 한 차례 미뤄졌지만 금융권 노동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당초 25일 이전 방안이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에 집단행동 수위를 높였던 금융권 노조들은 발표가 연기된 이후에도 '연기가 아닌 중단'을 요구하며 지방 이전 저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소속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조를 비롯해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 등 금융기관 노조들이 지방 이전 반대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전후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의 지방 이전 방안이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에 금융기관 노조들도 기자회견과 결의대회 등을 잇달아 열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관련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이전 계획 발표는 일단 미뤄진 상태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이전 논의 자체가 철회된 것은 아니라며 반대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잔류 기관 최소화' 원칙 아래 대상 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오는 10 이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전 확정 시점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해 10~11월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저지를 거듭 촉구했다. 다음 달 4일 총파업을 앞두고 지방 이전 논의가 중단될 때까지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연 '졸속적인 국책은행 지방이전 시도 규탄 기자회견'에서 윤석구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금융기관 지방 이전의 연기가 아닌 중단을 요구한다"며 총파업 방침을 밝혔다.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저지를 올해 핵심 투쟁 과제로 내세웠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섣부른 이전은 금융노동자의 생활권 파괴와 금융 경쟁력 약화를 부를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 해법이 이미 구축된 금융산업의 기능을 물리적으로 쪼개 옮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지방 이전 저지 외에도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인상 등을 이번 총파업의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지난 12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조합원 6만 8878명이 참여해 6만 6154명(96.1%)이 찬성했다. 금융노조는 다음 달 3일 1차 총파업 단행 기자회견을 거쳐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과 예보 노조도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 기관을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두 기관 노조는 금융회사와 금융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감독·금융안정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신속한 위기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인력 이탈 가능성도 강조했다. 금감원 노조가 조합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만 40세 미만 직원의 82.5%가 지방 이전 시 이직을 적극 고려한다고 답했다. 전체 연령대에서도 같은 응답이 69.7%에 달했다. 예보 노조 조사에서는 지방 이전 시 계속 근무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근속 5년 미만 직원의 12%, 5급 실무직의 9.5%에 그쳤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소속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농협중앙회 등도 지난 25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기관별 설립 목적과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지방 이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관마다 설립 목적과 법적 성격, 재원과 업무 기능이 다른데도 이를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이전하는 것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기관의 기능과 공공성을 훼손하는 졸속 이전이 될 수 있다"며 "정작 이전의 당사자인 노동자들과 충분한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노동계는 정부의 구체적인 이전 방안이 나올 때까지 반대 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전 대상이 확정되기 전부터 대응 수위를 높이며 지방 이전 논의에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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