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명 키울 계획은 나왔는데…메가프로젝트 일자리는 '빈칸'

반도체 10만명 등 첨단산업 수요 반영해 양성목표 30만명
고용효과 9만명엔 메가프로젝트 신규 일자리 별도 산정 안돼
플랫폼·장려금·보조금으로 훈련-채용 연결…실제 수요 확보가 숙제

연합뉴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2030년까지 청년 인력 30만명을 양성한다.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투자를 청년 일자리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부가 이번 대책의 고용효과로 제시한 9만명에는 메가프로젝트에서 새로 만들어질 일자리가 별도로 반영되지 않았다. 첨단산업 투자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청년 채용으로 이어질지 아직 구체적인 숫자가 없는 셈이다. 정부가 대규모 인력 양성에 나선 만큼 실제 채용 수요를 확보해 훈련 인력을 일자리로 연결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첨단산업 관련 인력 수요는 2030년까지 반도체 10만명, 피지컬 AI 1만명, AI 데이터센터 1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실제 시설 운영에 필요한 인력 4만8천명가량을 더하면 모두 17만명 안팎이다.

재정경제부는 여기에 다른 첨단산업과 청년 선호 분야, AI 확산에 따른 재교육 수요 등을 더해 2030년까지 30만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만명으로 제시했던 목표는 넉 달 만에 30만명으로 10만명 늘었다. 재경부는 관계 부처·재정당국과 협의해 프로그램별 훈련 규모를 확대했고, 내년 8만명을 추가로 양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4년간 누적 30만명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만명 키운다는데…일자리는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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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양성한 인력을 받아줄 일자리 규모다. 정부가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기대하는 고용효과는 9만명 안팎이다. 내년에 새로 늘어나는 훈련 인원 8만명 가운데 기존 정부 훈련사업의 취업률 50%대를 적용한 약 4만명과 민간·공공 일자리 순증 5만명을 합친 숫자다.

여기에는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로 새롭게 창출될 일자리는 별도로 계산돼 있지 않다.

재경부는 다만 9만명과 메가프로젝트가 무관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고용효과 산정의 토대가 된 훈련 순증 8만명에 첨단산업 인력양성 물량이 들어 있고, 30만명 양성 목표에도 향후 메가프로젝트에 투입될 인력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결국 메가프로젝트의 인력 수요는 '몇 명을 키울 것인가'를 정하는 주요 근거가 됐지만, 정작 '몇 명을 뽑을 것인가'는 구체화되지 않은 셈이다.

훈련에서 채용까지…정부가 만든 '연결고리'

정부도 훈련 인원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여러 연결 장치를 마련했다.

첫 번째는 매칭 플랫폼인 '청년 플레이그라운드'다. 훈련을 마치고도 취업하지 못한 청년을 최대 6개월간 관리하면서 프로젝트 수행과 멘토링을 지원하고 실제 일자리와 연결한다.

테크노파크나 협회 등이 필요한 인력을 요청하면 참여 청년의 훈련 이력 등을 토대로 적합한 인재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스마트제조혁신 등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부 사업도 수요처로 참여한다.

메가프로젝트 협력업체의 인력 수요까지 이 플랫폼에 충분히 들어온다면 훈련생과 첨단산업 일자리를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의 실제 채용 수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6개월간의 사후관리가 단순한 취업 대기기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기업의 청년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도 손보기로 했다. K-뉴딜 아카데미 등 직무역량 프로그램을 수료한 청년을 채용하면 기존 지원 대상에서 빠졌던 수도권 중견기업과 비수도권 대기업도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하면 중소·중견기업에는 1년간 최대 720만원, 대기업에는 최대 360만원을 지원한다. 정부가 비용을 들여 양성한 인력을 기업이 실제 채용하도록 추가 유인을 주는 구조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장치는 재정 보조금이다. 정부는 5극3특 성장엔진 특별보조금과 유턴기업 투자보조금, 외국인투자 현금지원, 지역투자촉진보조금 등을 지급할 때 청년 일자리 창출 실적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에 투입되는 재정 지원을 청년 채용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향후 메가프로젝트 투자 과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지역 정책도 맞물린다. 3대 메가프로젝트의 주요 거점이 호남과 충청, 영남 등 비수도권에 자리 잡은 가운데 이번 청년 대책의 지원 역시 지방 취업에 집중됐다.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는 2년간 월 최대 100만원 안팎을 지원하고 근로소득세 감면기간도 최대 10년으로 늘린다.

다만 지원의 중심이 중소·중견기업 취업에 맞춰져 있는 만큼 실제 효과는 메가프로젝트 주변 협력업체까지 청년 채용이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달려 있다.

IT 부트캠프의 기억…"일자리 수요부터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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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산한 첨단산업 인력 수요가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지난 6월 국민보고회 이후 투자 규모와 지역, 추진 방식 등이 잇따라 발표됐지만 이에 따라 새롭게 창출될 일자리 규모는 공식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부문별·연차별 채용 계획이 구체화될수록 훈련 물량 배분도 정교해질 수 있다. 고용 규모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양성 목표부터 빠르게 늘리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노동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몇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지, 그중 몇 개가 한시적인지 답하는 숫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이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추산한 702만명의 고용유발효과에 대해서도 오 실장은 한국은행의 반도체 고용유발계수(10억원당 2명)를 전체 투자액에 단순 적용한 수치라며 실제 고용효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IT 인력 양성 과정에서 나타났던 훈련과 채용 간 미스매치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 실장은 "IT 업종이 뜰 때도 부트캠프 같은 6개월 속성 코스로 사람을 많이 양성했지만 기업이 원한 인력은 4년제 전공자였다"며 "당시에는 대규모 인력 수요가 있어 이직을 거듭하면서 간극이 메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대규모 인력 수요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문인력 양성에 앞서 실제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AI 분야는 새로 생기는 일자리 못지않게 사라지는 일자리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이번 대책에서는 훈련 이후의 취업과 경력 관리에 무게를 뒀다. 재경부는 지난 4월 청년뉴딜 대책이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복귀라는 시급한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대책은 훈련 이후 첫 일자리와 첫 경력까지 이어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30만명이라는 양성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받아줄 실제 채용 수요를 확보하는 일이다. 메가프로젝트 투자가 지역 협력업체의 채용으로 확산되고, 플레이그라운드와 장려금 등이 훈련 이력과 기업의 실제 수요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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