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한국옵티칼 고공농성 해제 1년…당정청 나섰지만 '줄패소'

정청래·김영훈·배진교, 문제 해결 약속했지만 1년째 답보
법정서는 민사·형사·행정소송 모두 패소…부당해고 행정소송 대법에 상고
한국NCP에서 3차 교섭 중…법적 구속력 없는 점은 한계

연합뉴스

"공청회든 청문회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빠른 시일 내에 해고 노동자와 노사 교섭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지난해 8월 29일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장에서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부 사무장은 고공농성을 해제했다. 세계 최장 수준인 600일 만이었다.

농성 이유는 부당해고였다. 이들은 일본 기업 니토덴코의 자회사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가 폐업을 이유로 17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뒤, 또다른 니토덴코의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이하 한국니토)로 고용승계를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사무장을 설득한 건 전날 농성장을 찾은 정청래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정 전 대표 등 당시 여당 지도부는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하며 박정혜 사무장의 고공농성 해제를 호소했다. 해제 당일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배진교 청와대 경청통합수석도 현장을 찾아 사태 해결을 약속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민주당은 외국인투자기업 노동자보호제도 개선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친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이배원 대표이사를 소환해, 일본 본사(니토덴코)에 항의를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당·정·청 약속에 땅으로 내려왔지만 해결은 요원

이렇게 여당·정부·청와대가 나선 지 1년째지만 해고자 문제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정혜 사무장은 CBS노컷뉴스에 "(국회에서) 외투기업 관련 토론회를 열긴 했는데 그 이후로 좀 멈춰 있는 상황"이라면서 "뭔 일이 있었으면(진척이 있었으면) 아직까지 투쟁을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 17명 가운데 현재까지 정리해고 투쟁에 동참하는 이들은 7명이다. 배현석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고공농성 시작 당시만 해도 7명이 농성 중이었는데 1명은 고공농성 500일이 되기 전 건강악화로, 1명은 올해 초 생계 곤란으로 현재 투쟁 활동을 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사무장은 당과 정부에 지속적으로 부당해고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다. 지난 3월 배진교 수석을 만나 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달하며 호소했고, 민주당 경북도당 앞에서 "정청래 대표의 크레인 탑승과 약속, 김영훈 장관과 배진교 수석의 현장 방문과 사태 해결 약속은 도대체 언제 지켜지느냐"고 적극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 사무장은 "(청와대에) 편지가 전달됐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후의 다른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수사에도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나 아직까지 송치 여부 등을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옵티칼 해고자 법률대리인인 탁선호 변호사는 "압수수색의 경우도 시기가 이미 많이 지났고,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해고노동자, 민사·형사·행정소송까지 모두 '줄패소'

법정에서는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들이 행정·민사·형사소송까지 모두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

먼저 이들은 지난 7월 중노위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에 대한 행정 재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권순형)는 지난 7월 중앙노동위원회의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기각 취소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해고노동자들은 한국니토와 한국옵티칼이 모기업인 니토덴코와 하나의 사업을 영위하는 동일한 활동 단위로, 공장 소재지만 평택과 구미로 나뉜 사실상 같은 회사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리해고가 불가능하고, 평택 공장으로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고 친자회사 사이의 결합관계일뿐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별개의 회사이므로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한국옵티칼, 한국니토옵티칼, 니토덴코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분명하다"면서도 "참가인들 및 니토덴코가 계열회사, 모자회사 사이의 일반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적, 사회적 활동단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영상의 일체성과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서술했다.

금속노조와 해고노동자들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법률대리인 탁선호 변호사는 "법리상으로 하나의 사업단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소 엄격했던 것 같다. 관련 증거가 미채택된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고이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형사소송인 집시법 위반 사건 등에 대해 해고노동자들은 경북 구미시 앞에서 벌인 기자회견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민사소송인 한국옵티칼 철거공사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관련 판결에서도 대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면초가' 해고노동자, 한국NCP 교섭에 희망…법적 구속력은 한계

이렇게 정치적, 법적 측면에서 해결이 요원해지자 결국 해고노동자들은 한국NCP를 통한 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이들은 산업통상부 산하 한국NCP(OECD 가이드라인 상 다국적기업의 책임경영 이행과 관련한 이의제기를 조정하는 기구)에서 한국니토 등과 조정 중이다. 최근 3차 회의를 거친 조정 절차는 4차 회의를 거쳐 다음달 22일 종료된다.

배현석 지회장은 "아직 NCP를 제외하고는 사측과 대면한 적 없다"면서 "만약 조정이 결렬되어도 교섭 요구 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NCP는 가이드라인을 권고할 수 있을 뿐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기구라는 한계가 뚜렷하다. 탁선호 변호사는 "NCP 소관 기관인 산업통상부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줘야 한다"면서 "법적 구제 절차가 아닌 독자적인 판단을 해줘야 의미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하청에 대한 원청의 지배력이 인정된 판례가 노란봉투법의 출발점이었던 것처럼, 확장적 관점을 적극적으로 인용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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