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비우고 팹 건설까지…호남 반도체 '2029년' 가능할까

무안 망운면 군공항 이전후보지 결정…부지 확보 첫 관문 넘어
용수 예타 면제·전력망 구축 속도전…6조 지원·전기료 인하도
구마모토 22개월·용인 27개월…"착공하면 2년이면 가능"
정작 첫 삽 시점은 미정…군공항 이전·산단 조성 '동시 진행' 관건

연합뉴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인프라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전력망 구축 절차도 단축하기로 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 난제로 꼽혀온 광주 군공항 이전 역시 무안군 망운면 일대가 이전후보지로 정해지면서 첫 관문을 넘었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내건 '2029년 팹(반도체 공장) 완공, 2030년 반도체 양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군공항 이전을 위한 주민투표와 군 기능 이전부터 국가산단 조성,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까지 여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팹 자체는 착공 후 2년 안팎이면 지을 수 있어 2029년 완공이 전례 없는 목표는 아니다. 결국 기업이 실제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정부가 부지와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준비하느냐가 목표 달성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무안 망운면 군공항 이전후보지 결정…부지 문제 첫 관문 넘어

30일 정부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8일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열고 전남광주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이전후보지로 의결했다. 지난 4월 예비이전후보지 지정에 이어 군공항 이전 절차가 한 단계 더 진전된 것이다.

앞으로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 수립과 공청회, 주민투표, 무안군수의 유치 신청 등을 거쳐 최종 이전부지가 결정된다. 정부는 관련 행정절차를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새 군공항 설계·시공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새 군공항이 완공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존 부지의 반도체 산단 전환을 병행할 계획이다. 2028년 중반까지 광주 군공항의 주요 군 기능을 다른 군기지로 임시 분산배치해 기존 부지를 먼저 활용하는 방안이다. 새 군공항 건설과 기존 군 기능 이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방식이다.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산단 용수 인프라 구축사업의 예타 면제를 의결했다. 전력망 역시 별도 예타 면제를 비롯한 절차 단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팹 4기가 모두 들어설 경우 필요한 전력은 약 6.3GW, 용수는 하루 최대 65만t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2027~2030년 반도체 분야에 6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고, 호남이 포함된 남부권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는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팹은 2년이면 짓는데…관건은 '첫 삽' 언제 뜨나

정부의 목표는 2029년 팹 2기를 1차 완공하고 장비 설치와 시험가동 등을 거쳐 2030년 6월 첫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다.

팹 자체의 공사기간만 놓고 보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팹은 2025년 2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공사기간이 약 27개월이다. TSMC의 일본 구마모토 1공장도 2022년 4월 공사를 시작해 2024년 2월 개소하기까지 약 22개월이 걸렸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구마모토 사례를 거론하며 "마음 같아서는 일본보다 더 빨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 역시 실제 팹 공사에 들어가면 2년 안팎에 건설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그 '2년의 시계'를 언제부터 돌릴 수 있느냐다.

산업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팹 착공 시점에 대해 "안 그래도 기업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게 그 부분"이라며 "부지 조성과 군공항 이전 문제가 있어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언제가 될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계획대로 2028년 중반까지 군 기능을 이전한 뒤 본격적인 팹 공사에 들어간다면 2029년 말까지 남은 기간은 1년6개월 안팎이다. 통상적인 팹 건설기간인 2년에도 못 미친다. 군 기능 이전을 기다리지 않고 착공 가능한 부지를 얼마나 먼저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연합뉴스

공항 다 비울 때까지 못 기다린다…'63만평' 먼저 개발

정부는 시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군공항 전체가 비워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공사가 가능한 땅부터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곳은 활주로와 떨어진 탄약고 이전 예정부지 약 24만평과 주변 안전구역 등을 합친 약 63만평이다. 군공항 주요 기능 이전 전이라도 이들 지역의 부지 조성을 먼저 시작해 팹 착공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63만평 전체를 곧바로 팹 부지로 활용하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산업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들과 팹 배치와 도로·기반시설 계획을 협의하면서 실제 우선 활용이 가능한 면적과 개발 순서를 검토하고 있다.

LH도 산단 전체가 완성되기 전에 팹이 들어설 산업용지부터 우선 착공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달 말 호남 반도체 국가산단 조사설계용역 발주 절차에 들어갔으며, 통상 107일가량 걸리는 업체 선정 기간을 58일 수준으로 줄여 9월 말 사업자를 선정하고 10월 첫째 주부터 설계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LH가 제시한 전체 산단 조성공사 기간은 46개월이다. 산단 전체를 조성한 뒤 팹 건설에 들어가는 통상적인 순서로는 2029년 완공 목표를 맞추기 어렵다.

이에 LH는 전력·용수 공급 여건과 연약지반, 토양오염, 기존 도로 등 제약요인을 먼저 확인해 팹을 우선 착공할 수 있는 구역을 골라내고 설계와 토질조사, 환경영향평가, 인허가 등을 최대한 병렬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군공항 부지라는 특성상 토양오염이나 연약지반도 변수다. LH는 평균 약 2m, 최대 6.5m의 연약층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토질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예상보다 대규모 지반 보강이나 토양 정화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되면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예타 면제해도 공사는 남는다…전력·용수도 '시간싸움'

용수 예타 면제와 전력망 관련 절차 단축만으로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타 면제는 사업 착수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줄이는 조치일 뿐 실제 송전선로와 변전설비, 용수관로를 건설하는 시간까지 단축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용수에서는 벌써 변수가 등장했다. 하루 65만t 공급계획의 핵심 수원 가운데 하나인 화순 동복댐 증축을 놓고 수몰 예상지역 주민들과 보상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당초 이달 31일로 예정됐던 동복댐 증축 주민설명회도 주민들이 추가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연기됐다.

정부는 동복댐과 주암·장흥·나주댐 등을 연계하고 하수처리수 재이용 등을 통해 필요한 용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댐 증축과 관로 건설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도 밟아야 한다.

전력 역시 신장성·신광주 345㎸ 송전망에서 산단까지 신규 송전선로와 변전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팹을 제때 완공하더라도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지 못하면 장비 설치와 시험가동은 물론 2030년 양산 일정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수도권에서 삼성전자 평택과 SK하이닉스 용인 등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도 변수다. 클린룸을 비롯한 반도체 전문 건설인력과 장비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결국 2029년 팹 완공은 불가능한 목표라기보다 여러 사업의 시간을 얼마나 겹쳐 쓸 수 있느냐의 문제다. 군공항 이전과 산단 조성, 팹 건설,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서는 일정을 맞추기 어렵고 최대한 병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어느 한 축이라도 수개월씩 밀리면 전체 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단을 조성하고 부지를 닦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며 "땅만 있고 삽을 뜰 수 있으면 팹 자체는 2년이면 충분히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지원을 뒷받침할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과 산단 조성 및 팹 건설, 인프라 구축 관련 규제들을 얼마나 빨리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