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년 2개월여 만에 개각을 단행했다.
지지율 하락 추세 속에서 새로운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폭 이상의 인선에 과감하게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진행형인 사법과 국방에 대한 '개혁'은 물론 야당 인사를 두루 기용하는 '통합'에도 방점을 뒀는데, 지지율 반전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사법·국방 '개혁 완수' 정조준…경제·국토는 실무 관료 전진 배치
이 대통령은 30일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이형일 현 재경부 1차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강신철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는 홍지선 현 국토부 2차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낙점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성호 전 장관의 사퇴로 단행된 법무장관 인선이다.
김승원 후보자는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나 정 전 장관과는 달리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주장한 여당 내 강경파를 대표해 국회 내 논의 과정을 주도하는가 하면, 개정 법률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이끌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가 김 후보자를 통해 오는 10월로 예정된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치를 안정시킴으로서 정권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경한 성향이지만, 판사 출신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지내는 등 법사위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은 사법개혁 후속 입법과 형사사법체계 안정화 또한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문민 출신에서 다시 군 출신으로 1년 만에 선회한 국방장관 인사 또한 '개혁'에 방점을 둔 행보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 그 중에서도 국군사관학교 창설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자들을 중심으로 큰 반대가 일고 있는데 문민 출신인 안규백 장관의 병역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동력이 다소 약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육사 출신이되 12.3 내란 사태와 관계가 없는 인사를 장관으로 기용함으로써 군심(軍心)은 달래고, 개혁에는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군 내 '정책통'으로 꼽히는 강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군사보좌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과 안보·국방전략비서관, 윤석열 정부에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내는 등 정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용돼 왔다.
재경장관 후보자와 국토장관 후보자는 현직 차관들을 전진 배치함으로 안정감을 더했다는 평가다.
野 현역 2명 전격 기용…'왼쪽 챙기기'와 탕평형 외연 확장
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2명을 기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보수 야권 출신 인사가 아닌 범진보 진영 인사들을 파격적으로 발탁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임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을 기용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전문가 중용이다. 이 의원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AI와 기술 전문가로, 혁신당에선 사무총장과 AI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당 안에 반대했는데, 민주당과의 협의 끝에 수정안을 통과시키도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의원 기용이 정부여당과 혁신당 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양당은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혁신당에서 신장식 대표 체제가 출범한 최근에도 12.3 내란 정국 당시 약속했던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의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었다.
때문에 최근 이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왼쪽을 안 챙겼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연계해, 보수 야권 뿐 아니라 범진보 진영 챙기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혁신당은 "정부여당과 민생에는 협력, 개혁에는 경쟁을 통한 자강을 추구한다는 기조에 따라 이해민 의원 발탁에 동의했다"면서도 이번 인사 하나로 민주당과의 관계가 '회복'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에는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혁신당 지도부 관계자는 "'챙기기'라는 건 사실 불편한 단어였다. 우리가 원한 건 사람을 챙겨 달라는 게 아니라 국정 운영의 기조 변화"라며 "질문을 보냈는데 엉뚱한 답을 내놓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기본사회' 보다 다소 진보적인 정책을 추구해 온 기본소득당의 용 의원을 입각시키려는 것 또한 '왼쪽 챙기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용 의원은 장관 가운데 가장 젊은 1990년생인데다 대학 시절부터 여성 운동에 참여해 온 페미니스트다. 최근 지지율 부침을 겪고 있는 청년층과 여성 민심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낳게 하는 대목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번 인사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더욱 빠르게 끌어내고 더 넓게 확산하기 위해, 오직 실력 중심 인사를 기준으로 삼았다"며 "야당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분들 중에 실력 있는 분들을 최대한 모시려고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