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이준석 사퇴하자 흔들…개혁신당 덮친 3대 위기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2024년 초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며 창당한 개혁신당이 최대 위기다. 대권 주자급 '간판'인 이준석 전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구심점을 잃은 탓이다. 지방선거에서 192명의 후보 중 기초의원 당선자 한 명만을 낸 대참패 이후 당의 존립 자체가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당은 당분간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천하람 원내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천 대표 직무대행은 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수습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전당대회 일정 등에 대한 언급은 아낄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자강과 쇄신이 주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개혁신당은 끊임없이 불거진 '국민의힘 흡수 합당설'에도 총선·대선을 자력으로 치렀고, 한때 원내 교섭단체로의 도약도 꿈꿨었다. 보수 재편의 한 축으로 꼽히는 당이 수렁에 빠진 배경을 짚어봤다.
 

①개인기 이상의 방향성 부재

우선, '이준석'이란 브랜드를 넘어서는 당 방향성의 부재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개혁신당의 근본적 한계로 지목돼온 지점이다. 개혁 보수로서의 지향점이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실제로 개혁신당은 창당 초기 이 전 대표가 띄운 논쟁적 의제들에 힘입어 인지도를 높였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및 연 12만원 교통카드 지급 △여성공무원 병역 의무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총선에선 이 전 대표 본인이 직접 보수정당의 험지인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됐고, '동탄 모델'이란 말까지 만들어냈다. 양당구도 속 대선에서 8%대 득표율을 기록한 것도 나름의 성과였다. 논란의 '젓가락 발언'만 아니었다면, 이 전 대표가 두 자릿수 지지를 받았을 거란 관측도 있었다.
 
다만, 향후 당세를 좌우할 지선은 달랐다. '17개 광역·226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최소 1명씩 당선자를 배출하겠다'는 정량적 목표 달성에 철저히 실패한 것. 비효율·로비·기탁금이 없는 '3무(無) 공천', 인공지능(AI) 사무장 등을 내세우며 체급 보완을 꾀했으나, 유권자들에게 '대안'으로 다가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당내 조직강화특별위원회 활동도 부진했다고 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창당자가 곧 당의 정체성이란 점은 개혁신당이나 조국혁신당이나 비슷하다고 본다"고 평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개혁신당 의원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나다. 그런데 이들이 꼭 한 울타리여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②치명타 입힌 '정이한 사태'

설상가상 피습 자작극으로 논란이 된 '정이한 사태'는 당에 치명타를 입혔다. 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된 정 전 후보는 지난 4월 선거운동 중 지인인 헬스트레이너에게 자신을 향해 음료를 던지도록 공모한 혐의(선거자유방해·상해·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기소된 상태다.
 
개혁신당 측은 이같은 범죄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을 펴왔다. 그러나, 정 전 후보 부친이 지역 병원을 운영 중인 유력 인사란 점 등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후보자 검증과 공천 관리는 전적으로 지도부 책임이라는 취지의 비판도 거셌다.
 
이 전 대표 등은 당초 사태 직후 물러나는 것도 고려했었다고 한다. 다만, 무책임한 사퇴보다는, 사태 전말 규명과 당 수습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도덕성 타격에 더해, '이대남'으로 표상되는 핵심 지지층 이탈 가속화도 입지를 좁혔다. 투표용지 부족사태 후 강성 '올공(올림픽공원) 청년'들과 선 긋기를 한 점이 지지도엔 악재로 작용했다는 취지다.
 

③'자강론'에 대한 온도 차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당 자강론에 대한 내부 온도 차를 들 수 있다. 이는 이 전 대표가 지난 26일 사퇴 회견에서 "지선 이후 석 달 남짓, 당의 자강과 쇄신을 위한 고민과 제안을 해왔지만 당내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일부 밝힌 바기도 하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이준석·천하람 불화설'도 비슷한 맥락에서 회자된 얘기다. 이 전 대표가 '경기 남부 벨트' 구축에 당력을 집중하자며 해당 지역 출마를 권하자, 천 대표 직무대행이 전남광주시 순천 출마를 고수하며 서로 부딪혔다는 것.
 
이에 대해 지도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역구는 민감한 문제니, 이견은 있었을 수 있다"면서도 "심각한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도 "오히려, 관련해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소통과 토론이라 부를 만한 과정이 없었던 게 문제"라고 했다.
 
구체적 노선 논쟁 이전에, 이 전 대표와 구성원들 간 '절박감'의 차이가 컸다는 분석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지선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 지도부를 모아 '이대로는 총선도, 당의 미래도 없다'는 위기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도부에 이런저런 당부와 제안을 내놨지만, 원하던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누구의 탓이라기보다 대체로 무력감이 커진 상태"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일선 후퇴가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 작동하길 바랐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천 대표 직무대행 등은 일단 비대위 출범보다, 새 지도부 선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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