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이 내년에 더 확대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최대 0.1%p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은은 31일 '반도체 수혜 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 호황은 이미 국내 소비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성과급 지급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경로를 통한 파급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보고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기업 만을 대상으로 삼아 공장 소재지와 직원 거주지인 경기 용인시 기흥구, 화성·평택시(삼성전자), 경기 이천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SK하이닉스) 등 해당 지역 거주자의 카드 소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 성과급 지급 이후 반도체 고노출 지역인 이천·화성·청주의 월별 소비가 다른 지역보다 최대 4% 정도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 1천억원,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말까지 약 1조 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소비 증가는 반도체 호황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을 지난해 0.01%, 올해 0.03% 더 높인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내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약 5배 늘어날 예정임을 감안하면 GDP 성장률은 0.06~0.09%p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지난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3%, 2.9%로 대폭(0.7~0.8%p)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은은 앞으로 반도체 산업 호황의 소비 파급 효과 크기는 고용 확대 규모, 추가 소득이 자산시장이 아닌 소비로 유입되는 정도, 소비 품목의 확산 범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조선·철강·자동차·화학 등의 사례를 볼 때 기존 종사자의 1인당 임금 상승보다 고용 확대로 임금 총액이 증가했을 때 소비 파급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2010년대 반도체 호황기에 시차를 두고 고용의 기여가 점차 확대된 것처럼 최근 국내 반도체 관련 기업이 생산 능력 확충을 앞당기고 있어 앞으로 고용이 동반 증가하며 소비 파급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추가 소득의 소비 유입과 관련해 SK하이닉스가 있는 이천과 청주를 예로 들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이천 거주자들은 올해 초 성과급 지급 후 경기 동탄, 용인, 수원, 성남, 하남 등에서 주택을 많이 구입한 반면, 청주 거주자들은 대전·충청권에 머물면서 소비를 크게 늘렸다.
현재까지 반도체 수혜 지역의 소비 증가는 자동차·백화점 등 고가의 재량재에 편중됐다. 이 지역의 올해 상반기 월평균 테슬라 인도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05.6% 늘어 전국 증가율(77.2%)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늘어난 지출이 국내 가계소득으로 돌아오는 '소비→소득→소비'의 선순환이 제한적이었다.
이에 대해 한은은 "2010년대 초 울산 자동차·화학 호황기에 임금 상승 이후 시차를 두고 서비스 소비가 빠르게 확대됐다"며 "앞으로 소비가 서비스 등 다양한 품목으로 시차를 두고 확산되면서 선순환 효과가 점차 강화되고, 반도체 호황의 성과도 폭넓은 가계로 파급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소재·부품·장비를 아우르는 국내 산업생태계를 강화해 산업 간 연계효과를 제고하고 추가 소득이 소비와 실물경제로 원활히 환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소비가 부가가치 및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저소득층등에 대한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