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시간당 60mm 물폭탄 떨어진 고창…주민들 "밤새 잠을 못 잤다"

31일 새벽부터 고창에 시간당 50mm 폭우
홍수 위험 주진천·삼인천 인근 마을 주민들 대피
마을 주민들 "무서웠고 농사 망칠까 걱정" 울상

밤사이 내린 비로 부정교 바로 아래까지 불어난 고창군 아산면 주진천의 모습. 심동훈 기자

"새벽에 잠도 못잤고 무서워서 밖을 못 나왔어요" 
 
불어난 강물이 넘실넘실 마을 입구를 넘보고 있는 고창군 아산면 부정마을을 찾은 건 31일 오전.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창문 밖으로 내리는 세찬 비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창군은 31일 새벽부터 시간당 50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많은 비로 인해 주진천에 홍수경보가 발령되고, 주진천과 삼인천 등 주요 하천 인근 마을 주민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오전 10시 30분쯤 부정마을로 향하는 주요 길목마다 경찰과 소방 인력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고, 침수된 승용차가 도로 한가운데에 놓여있기도 했다. 도로엔 산에서 쓸려내려온 토사와 나무 토막 등이 널부러져 있었고, 노란 잠바를 입은 공무원들은 삽과 굴착기 등을 동원해 토사가 주택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전북 고창군 아산면 부정마을로 향하는 도로에서 승용차가 불어난 강물에 침수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심동훈 기자

부정마을로 향하던 중 운리의 한 생강밭에서 만난 A씨는 "새벽부터 비가 쏟아져서 인근 강물이 불어나 밭을 덮쳤다"며 "물을 끌어올리는 모터까지 강물이 불어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어놓은 생각이 물을 만나면 다 썩어버리는데 걱정이다"며 "비가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아 더 걱정이다"며 울상을 지었다.
 
부정마을로 들어가는 부정교 앞, 소방대원들이 다리를 통제하고 있었다. 한 시간  후 비가 그치고 하천의 유속이 잠시 느려진 오후 12시쯤 부정마을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저마다 우려를 표했다.
 
고양순(73)씨는 "무서워서 나서질 못했다"며 "그래도 오전이 되니까 하늘에서 비가 좀 그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박성순 (73)씨도 "마을에 물이 넘어올까 걱정돼 밤새 잠을 못 잤다"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내린 비는 몇 년만에 내리는 폭우다. 이종례(85)씨는 "매년 여름철이면 비가 많이 오기는 해도 이런 경우는 또 오랜만이다"며 "3년 전인가 마을회간 앞까지 강물이 들이닥친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 그럴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비는 가을걷이를 기대하던 주민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기도 하다. 고창군 아산면 독곡마을에 거주하는 조순실(80)씨는 "여름 마치고 막 나락이 나오는 시점인데 비가 많이 와서 나락에 물이 들어가버리면 한 해 농사 망친 것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마을에는 물이 넘치지 않았지만, 논농사를 망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불어난 하천의 강물이 A씨의 밭에 넘치기 직전이다. 심동훈 기자

한편, 전북엔 지난 27일부터 나흘간 많은 비가 내렸다. 31일 오후 1시 기준 전북 주요 시군의 누적 강수량은 군산 328.8mm, 고창 상하 295.0mm, 익산 함라 234.5mm, 부안 줄포 225.0mm, 김제 신포 209.0mm, 정읍 201.4mm, 완주 200.0mm, 임실 178.7mm, 전주 171.1mm, 순창 복흥 165.0mm 등으로 관측됐다.
 
전주기상지청은 군산과 김제 부안에 호우 경보를, 익산과 완주, 정읍과 고창 전주엔 호우 주의보를 발효해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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