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보호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3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신통상 질서의 미래: 한국의 기회와 도전'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새롭게 부상하는 통상 질서 속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CPTPP 참여 필요성을 역설했다.
쇼트 연구위원은 "한국은 CPTPP 12개국 중 10개국과 개별 협정을 맺고 있지만 규율 범위가 제각각이고 일본·멕시코와는 협정이 없다"며 "이를 포괄적으로 규율할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PTPP에 참여하면 핵심 광물, 기계류 등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데이터·노동·환경 글로벌 규범 제정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쇼트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CPTPP 회원국 간 교역은 약 3410억달러로 전체 상품교역의 25%를 차지했다. 중국(2730억달러·20%)이나 미국(1960억달러·15%)과의 교역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데보라 엘름스 힌리히재단 무역정책총괄은 경제통합의 흐름이 근본적 균열에 직면했다면서 "세계화의 종말이라기보다는 지역화되고 분절된 형태로의 전환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견 통상국의 선택지로 '관망 및 현상 유지', '특정 강대국 편승', '선택적 파트너십' 등 세 가지가 있다면서 "CPTPP나 FIT-P(미래투자교역파트너십)처럼 기존의 협력 구조를 활용하는 '선택적 파트너십'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CPTPP의 한계로 불투명한 가입 절차와 개별 심사 방식을 지적하며 사무국 설치 등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직무대행은 "다자무역체제의 규율이 약화하고 통상·안보·산업정책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유사 입장국 간 협력 확대와 초기 규범 형성 참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통상 정책은 노동, 지역 경제, 공급망 등 사회 전반과 얽혀 있어 폭넓은 사회적 이해와 합의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의 신뢰할 수 있는 연구가 중요한 만큼, 연구 결과가 정책 성과로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경제계는 개방과 규칙에 기반한 새로운 통상협력 체제, CPTPP에 주목하고 있다"며 "기회와 도전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있는 논의와 철저한 준비가 관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