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휴머노이드 산업이 거침없이 발전하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2026 세계 로봇대회(WRC)는 중국 휴머노이드의 탁월한 기량을 실감하게 하는 행사였다.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의 제작 기술과 판매 분야에서 중국은 점차 세계 선두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단계까지 발전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이것은 중국의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고성능 칩이 아직 미국산이라는 점과 함께 중국이 넘어야할 산이다.
필자는 지난 달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대회(WRC, 8/19~23)를 참관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현지에서 휴머노이드를 생산하는 몇몇 업체를 방문해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본 중국 휴머노이드들의 동작은 빠르고 현란하고 정교했다. 기술 수준도 높아졌다. 글로벌 진출 의욕도 강하고 성과도 있었다.
드론, 태양전지 패널, 전기차 등이 보여준 중국의 제조업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다음 차례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의 발전은 기존 제조업의 성장과 비슷한 패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다른 점도 발견된다.
무엇보다 휴머노이드는 중국 정부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전폭 지원하면서 급성장했다. 베이징 시 정부가 2023년 '베이징 휴머노이드혁신센터'(北京人形)라는 회사를 직접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간 회사도 참여하고 있는 이 기업은 '톈궁(天工)'이라는 휴머노이드 시리즈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여기다 중국이 보유한 제조업 공급망은 휴머노이드 산업에 도약의 토대가 되고 있다. 로봇에는 액추에이터(구동기), 모터, 감속기, 조인트(관절), 배터리, 센서, 반도체 등이 필수적이다. 중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품의 경쟁력도 상당히 높아졌다.
이번 베이징 세계로봇대회에도 100개가 넘는 중국의 로봇 부품 업체들이 참가했다. 전체 참가 기업 373개의 3분의 1이 가까운 숫자다. (미국 온라인 매체 Robot Today, 2026년 8월 28일 보도)
고성능 반도체 같은 일부 첨단 부품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로봇 부품들이 중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국의 기술력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의 성능 개선에 필수적인 '피지컬 데이터'의 확보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로봇이 인간과 비슷한 움직임을 하려면 먼저 사람의 동작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구체적 동작을 영상으로 인식한 뒤 이것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것이다.
이어 로봇의 팔, 다리, 손, 발 등의 동작도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화 한다. 동작 데이터에 대한 무수한 분석과 학습을 거쳐, 로봇은 사람처럼 균형을 잡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요령을 터득한다고 한다.
중국의 휴머노이드가 탁구나 격투기를 능숙히 해냈다면, 위와 같은 기술을 충분히 보유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 휴머노이드의 글로벌 진출 전략도 주목할만 하다. 중국이 기본 운용체제(OS)를 탑재한 로봇을 팔면, 로컬 업체가 현지화를 담당한다. 국가별로 인증을 받고 고객의 수요에 맞춰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로컬 업체들의 역할이다.
이런 협력을 통해 수입국의 까다로운 규제를 해결해 나간다. 안보 또는 정보보호 측면에서 중국제 휴머노이드를 우려하는 국가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휴머노이드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독일 등이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휴머노이드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지난 한해 동안 전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약 2만 대로 추산된다. 이 중 95%를 중국이 만들었다. (로이터 통신의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 인용 보도, 2026년 8월 27일)
이런 추세는 올해 상반기에도 계속됐다. 중국이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징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에게서 중국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휴머노이드의 가성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비싼 비용과 첨단 기술을 투입해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있지만, 아직 인간을 대체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휴머노이드가 빨래를 개고 토스트를 굽는 동작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거나 돌발 상황을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한다.
사람의 일상 업무를 믿고 맡기려면 더 많은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휴머노이드는 단순한 청소 로봇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한다.
우리가 동영상으로 쉽게 접하는 중국 휴머노이드의 치열한 격투기 솜씨는 사실 원격조종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공을 요리조리 몰고가 멋지게 골을 성공시키는 축구 경기도 마찬가지다. 전시장에서 시연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리모콘을 든 조종자를 발견할 수 있다.
원격조종을 하지 않는 '자율 휴머노이드'의 동작은 이보다 수준이 낮다. 자율 휴머노이드로 출전 자격이 제한된 제 2회 베이징 휴머노이드 운동회(8/22~26)에서 그 차이의 일부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축구와 권투 등 복잡도가 있는 경기에서는 아직 동작이 느리고 서툴다. 자율 휴머노이드들은 우왕좌왕하거나 허공에 주먹을 날리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혼자서 반복 동작을 하는 탁구와 테니스, 달리기 등의 종목에서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100m를 8.64초에 달려 인간의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스포츠나 오락 수준의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데 개발 회사들의 고민이 있다.
중국의 주요 휴머노이드 기업 관계자들은 주로 '교육 및 연구' 목적의 수요자를 판매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가 안내나 경비, 위험작업 대행 등도 할 수 있다고 소개는 한다. 하지만 당장은 어렵고 아직 시도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상생활과 산업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수준의 휴머노이드를 출시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제조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미래 가치를 홍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로 학교나 연구소 등을 겨냥해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
가격도 수용 가능한 수준에 맞추고 있다. '부스터로보틱스'(加速进化)라는 중국 회사는 마이클 잭슨의 춤을 흉내내는 인간형 로봇 K1을 5,999 달러에 팔고 있다. 우리 돈 8백만여 원 수준이다.
중국 유니트리(Unitree)의 휴머노이드도 소형(R1)은 6백만 원 대(4,900 달러)의 가격으로 판다. 이 회사의 4족 보행 개로봇(Go2)은 2백만 원대(1,600 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요즘 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2백만 원 정도다. 노트북도 성능이 좋은 것은 5백만 원이 넘는다. 학교나 연구소, 기업은 물론이고 테크에 관심이 많은 개인도 휴머노이드나 개로봇의 구입을 고려해볼 만한 수준이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 휴머노이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선점 효과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및 지배력을 높여 나가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휴머노이드가 의미 있는 수준에서 사람을 대체하려면 성능이 더 개선돼야 한다. 특히 사람과 같은 판단능력, 즉 지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 중국이 넘어서야 할 산이 있다.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칩의 안정적 확보다.
현재 중국의 대표적 휴머노이드 브랜드들은 두뇌에 해당하는 칩을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은 GPU로 미국 엔비디아(NVDIA)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G1에는 인텔 칩도 들어간다.
유비텍(UBTECH Robotics)의 휴머노이드 톈궁(天工) 역시 앤비디아와 인텔의 칩을 사용하고 있다. 톈궁의 제품 사양 설명서에 CPU는 인텔, AI 컴퓨팅 보드는 앤비디아 칩을 쓰고 있다고 표시돼 있다.
휴머노이드가 전기차, 태양전지패널, 배터리 등과 다른 점이 있다. 탑재된 반도체의 성능에 따라 퍼포먼스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중국 휴머노이드의 미래에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그렇지만, 미국이 반도체 하나 때문에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간다고 단정할 수 없다.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다.
허약한 부품 공급망이 미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커다란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7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고성능 로봇에 자국산 부품을 65%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의 부품 산업을 키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물론 타깃은 중국 부품이다.
하지만 미국 부품만으로는 65%를 채우기 어렵다는 것이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테슬라 같은 미국 휴머노이드 제조 기업들이 당장 피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근거로,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지난 8월 25일 '미국은 '로봇 수입금지'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중국 전문가인 제임스 팔머(James Palmer)는 이 글에서, 미국이 중국의 로봇 기술을 차단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하드웨어를 수입해서 활용하라고까지 조언한다.
최근 중국의 휴머노이드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앞서가던 미국은 점점 추격자로 바뀌고 있다. 불과 2~3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전 YTN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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