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러지(CXMT)가 설립 초기부터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허페이 프로젝트'다.
CXMT 직원들은 핵심 기술과 엔지니어 확보부터 연구개발(R&D), D램 양산까지 단계별 목표를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계획은 CXMT 경영진에도 보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9월 기술→10월 인력…단계적으로 짠 '기술 탈취' 시간표
1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CXMT의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CXMT 개발실장과 설비투자 담당자는 2016년 8월 회사에 입사한 뒤 D램 개발계획인 '허페이 프로젝트(H Project)'를 수립했다. 검찰은 허페이 프로젝트가 CXMT 경영진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파악했다.허페이 프로젝트에는 삼성전자의 기술과 인력을 확보해 D램 양산까지 이어가는 구체적인 시간표가 담겼다.
먼저 2016년 9월까지 PRP(Process Recipe Plan·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 등 핵심 공정기술을 확보하고, 바로 다음 달인 10월까지 삼성전자 8대 공정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어 2017년 7월 R&D 셋업(기술 개발)을 마치고 2018년 8월 양산을 시작해 월 1만 장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PRP는 D램 제조에 필요한 약 600단계의 전체 공정을 순서대로 정리한 자료다. 각 공정에 사용하는 설비와 소모품, 공정 조건과 방법 등이 담긴다.
삼성전자는 2012년 4월부터 1100명 이상의 인력과 약 1조 6천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18나노 D램 제조공정을 개발했다. 검찰은 경쟁사가 이를 취득할 경우 단시간에 삼성전자 수준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핵심 자료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제한된 인원에게만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등 해당 정보를 영업비밀로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CXMT 측이 삼성전자의 D램 PRP 정보를 취득한 뒤 삼성 출신 공정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D램 공정기술을 확보하려 했다고 봤다. CXMT 개발실장은 클린공정과 포토공정 등 삼성전자 8대 공정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추가 영입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억'으로 PRP 완벽 재현 못 하자…한 달 뒤 '삼성 정보' 끌어와
그러나 처음부터 실제 개발에 쓸 수 있을 만큼 정밀한 PRP를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CXMT 측은 2016년 8월부터 삼성전자 출신 각 공정 담당자들의 기억을 토대로 18나노 D램 PRP를 작성하려 했지만 실제 개발에 사용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PRP가 약 620단계에 달하는 데다 공정명과 공정조건, 물질정보 등 세부 기술정보까지 기억만으로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2016년 9월,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 18나노 D램 PRP에 담긴 공정명과 공정순서뿐 아니라 설비회사명과 설비모델명까지 기재된 정보가 CXMT 측에 넘어간 것이다.
검찰은 CXMT 측이 같은 달 23일부터 26일 사이 이 같은 정보를 토대로 자사의 PRP 파일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어 각 공정 담당자들의 검토를 거쳐 27일에는 '8대 공정별 정리_20160927.xlsx' 파일이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PRP는 삼성전자 출신 공정 전문가들에게 배포됐다. CXMT 측은 해당 파일을 클린·에칭·포토 등 각 공정과 설비 담당자들에게 배포해 기존에 확보한 공정정보를 검토·보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PRP의 완성도를 높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 참여한 피고인들이 삼성전자에서 PRP 정보를 이용해 D램 공정을 개발했던 전문가들인 만큼, 해당 자료가 삼성전자에서 유출된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봤다. 당시 CXMT의 PRP 파일에는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정정보와 공정명 표기방식 등 삼성전자 PRP만의 특징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관련된 CXMT의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 재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음 공판은 오는 8일 열린다. 재판부는 오는 10월까지 관련자들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