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청년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15조1천억원 늘린 가운데,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주거 분야에 집중한다.
청년미래적금은 소득요건을 없애 고소득 청년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대신 저소득층과 비수도권 청년에게 정부 기여금을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지원 대상은 넓히되 저소득층과 비수도권 청년에게 혜택을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청년정책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7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청년 성장단계별 지원 예산은 올해 28조2천억원에서 내년 43조3천억원으로 53.5% 늘어난다. 정부는 청년 문제를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사회동력 회복을 위한 투자로 규정하고 교육부터 일자리·창업, 자산·주거, 혼인·출산·양육, 생활·문화까지 생애주기에 걸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청년에 대한 지원은 미래 국가성장을 주도할 다음 세대의 역량을 키우는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도 "청년에 대한 대책은 과도하게 할 정도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청년정책을 전폭적으로 확대한다는 취지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청년예산 15조 중 9조가 주거…공공임대 10.6만호
먼저 청년 지원과 관련해 재정 투입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분야는 주거 지원이다. 최근 전월세 시장을 중심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정부의 주택 정책을 둘러싼 논란까지 이어진 만큼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데 어느 때보다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실제 내년도 청년 지원 예산 증가분 15조1천억원 가운데 주거 예산 증가분이 8조9천억원에 달한다. 주거 예산은 9조6천억원에서 18조5천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면서 전체 청년예산 증액분의 약 59%를 차지한다.
정부는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을 올해보다 3만5천호 늘어난 10만6천호 공급하고, 2030년까지 누적 45만호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역세권 등 우수 입지에는 보다 넓은 면적과 민간 분양주택 수준의 평면·마감재를 갖추고 최소 6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2만호를 새로 공급한다. 비수도권에는 시세의 절반 안팎 임대료와 취·창업 지원 시설을 결합한 '청년지원주택' 1만호를 공급한다.
월세 부담에 대한 지원 문턱도 낮춘다. 청년월세 지원 소득요건을 기준중위소득 60% 이하에서 100% 이하로 완화하고, 반전세 거주자를 대상으로 전세와 월세를 함께 지원하는 대출상품도 신설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대상도 확대한다. 일반 청년의 소득요건을 연소득 5천만원 이하에서 기준중위소득 200% 이하로 완화하고 대상 주택 보증금 기준도 3억원 이하에서 수도권 7억원·비수도권 5억원 이하로 높인다. 지원 한도는 최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린다.
청년·신혼부부가 비아파트·오피스텔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도 신설한다. 6억원 이하까지 가능한 일반 보금자리론과 달리 4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생애최초 LTV 우대를 유지하면서 최대 2.1%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억대 연봉도 '청년미래적금' 가입…저소득·지방 청년엔 더 준다
내년도 청년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지원 대상을 대폭 넓히면서도 지방 청년이나 상대적으로 어려운 청년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차등 지원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3년 만기까지 정부가 기여금을 함께 적립하고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까지 주는 청년미래적금이다.올해까지는 연소득 7500만원 이하만 청년미래적금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소득요건을 아예 폐지해 소득과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가입 대상 확대에 맞춰 예산도 올해보다 1조원 늘어난 1조7천억원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소득 청년도 청년미래적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정부 지원의 적절성과 제도 취지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기획처 박창환 예산총괄심의관은 "연소득 1억원을 넘는 청년은 전체 청년의 0.7%에 불과한데, 0.7%를 갈라치기하기 위해 기준을 다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원 금액에 있어서는 차등 지원해 저소득층 지방 청년에게 2배 이상 혜택을 드리는 정책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년미래적금에 대한 정부 기여금은 소득과 지역·고용 형태 등에 따라 차등화한다. 일반형은 6%를 유지하되 우대형은 12%에서 15%로 높인다.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 기여금을 최대 25%까지 높이는 등 지원 방식도 세분화했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관련 예산도 2조9천억원에서 4조2천억원으로 1.5배 가까이 확대한다.
성장기 청소년 단계부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출생부터 만 18세까지 연간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를 신설한다. 올해 9월 1일생부터 가입할 수 있으며, 만기에는 최대 6천만원~1억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미취업 청년에게 최대 2천만원을 빌려주고 취·창업 전까지 이자를 면제하는 '청년기회자금'도 5천억원 규모로 새롭게 공급한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이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는 미취업 청년에게 1회 500만원, 연간 750만원 한도로 최대 2천만원까지 대출해준다.
금리는 일반 미취업 청년에게 연 4%를 적용하고 1%포인트의 보증료율을 별도로 부과한다. 고졸 미취업 청년과 사회적배려대상자에게는 1.6%포인트를 이차보전하는 등 지원을 강화한다.
대학·기업 연계 교육 확대하고 인턴학기제 도입…AI교육은 두 배
교육 분야에서는 대학과 기업이 함께 현장형 교육을 제공하는 '인재양성 부트캠프' 지원 인원을 1만3천명에서 2만5천명으로 확대한다. 실제 기업·공공기관이 직면한 문제를 대학생이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하는 '문제해결 부트캠프'도 새로 도입한다. 2만명 이상 참여를 목표로 1400억원을 투입한다.
인공지능(AI) 기본교육 예산도 88억원에서 202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하고, 대학생들이 AI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동구독료'도 200억원 지원한다. 청년과 직무전환자 등에게 AI 재교육을 제공하는 'AI 재도약대학'과 지역에서 AI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역평생교육 활성화 지원 사업'도 신설한다.
학기 중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근무하며 학점과 경력을 동시에 인정받는 '인턴학기제'를 도입해 대학생 6만명에게 졸업 전 첫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대기업이 직접 훈련과정을 설계하고 현직자가 실무를 가르치는 'K뉴딜 아카데미' 등 첨단·선호 분야 직업훈련 지원 인원도 12만명으로 두 배 확대한다.
기존 국민취업지원제도 안에는 취업 경험이 아예 없는 청년에 집중한 '청년첫취업지원 제도'를 새로 만들어 16만명을 지원한다.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도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활용해 진로탐색부터 일경험, 훈련, 취업까지 단계적으로 지원받도록 하고 구직촉진수당도 강화한다.
창업 청년을 위한 지원도 늘린다. 창업 5년 이내 청년이 부담하는 월 보험료를 최대 80%까지 지원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술을 보유한 청년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청년 창업 패키지'를 통해 창업 청년 200명을 지원한다.
혼인·출산·양육 패키지 지원…청년문화예술패스, 모든 청년으로
최근 저출생 기조가 반등한 가운데 혼인·출산·양육 지원은 기존 제도를 하나로 묶어 3종 패키지로 개편한다. 기획처 남경철 복지안전예산심의관은 "국민도 청년도 모르는 출산대책을 깔끔하게 혼·출·양 3종으로 정리해 국민들이 더 체감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출산·입양세액공제와 첫만남이용권·부모급여를 하나로 묶은 '출산지원금'은 자녀가 많거나 지방에 살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도록 설계했다. 최대 2천만원을 1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분할 지급한다.
0~12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기본수당은 기본 월 20만원, 지방은 월 30만원까지 지급한다. 0~1세 아동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경우에는 월 3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출산지원금과 아동기본수당은 내년 7월부터 시행하며, 기존 수급자는 종전 제도에 따른 지원을 계속 받는다.
청년문화예술패스도 대폭 확대한다. 기존에는 19~20세에게 생애 한 차례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19~34세 모든 청년에게 매년 최대 15만원을 지원한다. 사용처도 공연·전시·영화·도서뿐 아니라 체육 분야까지 넓힌다.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한 교통비를 무제한 환급하는 '모두의 카드'는 만 13~18세 청소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청년미래센터를 중심으로 회복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청년회복 성장사다리'도 마련해 가족돌봄·고립은둔 청년 6천명을 지원한다.
현역병과 상근예비역 등 군 복무 청년에게는 복무 중 입은 상해를 보상하는 '병사 단체 상해보험'을 새로 도입한다. 의무복무를 마친 제대군인이 충분히 치료받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전역 후 18개월 동안 우체국 실손보험료도 전액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