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지방주도 성장 예산을 33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같은 재정사업이라도 비수도권에 더 많은 지원을 주는 '지방우대 원칙'을 대폭 확대한다.
올해 7개 사업에 시범 적용한 지방우대 원칙을 내년에는 61개 사업으로 늘리고, 지원금·국비 지원율을 높이거나 지방정부의 자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지역에 따라 지원 수준에 차등을 둔다. 정부 재정사업의 '지방 가중치'를 본격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7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지방우대 원칙 적용 사업은 올해 7개에서 내년 61개로 확대되고, 대상 사업비는 17조3천억원 규모다.
기획예산처는 인구 유입과 산업 육성, 일자리 확충, 정주여건 개선 효과가 큰 전국 단위 사업을 선별해 지역별로 지원금 상향, 자부담 인하, 사업물량 확대, 지원율 인상 등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기획처 이제훈 행정국방예산심의관은 "전국적인 시행사업으로서 인구 유입, 산업 육성, 일자리 확충, 정주여건 개선 등과 같은 효과가 큰 사업을 선별했다"며 "사업별 특성에 따라서 지역별로 지원율을 차등하든가 지원금을 상향하든가 사업 물량을 확대하거나 자부담을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사업도 지방이면 더 준다…훈련·장학·의료까지 차등
지방우대 원칙은 직업훈련부터 연구·장학, 의료 인력, 에너지·문화까지 폭넓게 적용된다.직업훈련 분야에서는 비수도권에 대한 우대 폭이 특히 크다. 대기업 등 주요 기업이 직접 실무 교육과정을 설계·운영하는 K-청년뉴딜아카데미의 시간당 훈련비는 수도권 약 1만4500원에 비해 비수도권은 2만4500원으로 높게 책정된다. 훈련수당 역시 수도권 월 30만원, 비수도권 월 50만원으로 차등 지급한다.
내일배움카드(K-디지털 트레이닝) 특별훈련수당도 비수도권을 우대한다. 선도기관은 기존 10만원에서 30만~50만원, AI캠퍼스는 20만원에서 50만~80만원으로 높인다.
연구·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수 대학원의 교육·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4단계 두뇌한국21'(BK21) 장학금은 비수도권의 경우 석사 월 100만원에서 115만원, 박사 160만원에서 195만원, 박사수료 13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각각 인상한다.
지역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공의 등 수련수당도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높인다.
청년도전성장지원 사업의 국비보조율은 수도권 80%에 비해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에는 90%를 적용한다. 가정형 태양광 보급 국비보조율은 30%에서 40%로, 청년문화예술패스 지원액은 연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높인다.
지방주도 성장 16조→33조…산업 예산 9.8조로 급증
지방우대 원칙과 함께 지방 자체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투자도 크게 확대한다. '국토대전환 및 지방주도 성장' 분야 예산은 올해 16조1천억원에서 내년 33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분야별로는 산업 분야 예산이 올해 2천억원에서 내년 9조8천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5극3특 권역별로 3~4개씩 모두 25개의 성장엔진 산업을 선정하고, 대규모 기업투자 보조와 지역자율형 R&D, 사업화 패키지 등에 9천억원을 투입한다.
핵심은 7천억원 규모의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이다. 대기업 3천억원, 중견기업 1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지방투자에 설비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한다. 지방정부가 지급하는 투자보조금의 2~5배를 국비로 추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배율에는 지방정부의 투자유치 노력과 지방우대지수, 행정통합 우대 등을 반영한다.
권역별 특화산업에 AI 기술개발과 현장 실증을 연계하는 지역 AX 사업도 2천억원에서 4천억원으로 늘린다. 경남 정밀제조, 전북 AI팩토리, 광주 모빌리티·에너지, 대구 로봇·바이오 등이 대상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는 재정 인센티브 5조원을 배정한다. 미래대응기금 3조5천억원과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회계 1조5천억원으로 나눠 지원한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수준의 행정통합 인센티브도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에는 지방계정 15조3천억원을 별도로 편성한다. 지역 성장거점 조성과 정주여건 개선에 쓰는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5천억원과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 1조5천억원 등이 여기서 지원된다.
5극3특 초광역권 지원을 위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초광역계정'도 2조8천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지방정부가 용도를 자율적으로 정하는 포괄보조는 10조6천억원·121개 사업에서 11조9천억원·150개 사업으로 확대한다.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지역 필수의료 1.3조
지방주도 성장 분야 가운데 교육 예산은 1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으로 늘어난다. 2027년 신입생부터 지방 국립대 30개교의 등록금을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한다. 다만 의대·치대·약대·수의대는 제외한다. 여기에 2천억원을 투입한다.지역인재장학금은 800억원에서 1150억원으로 늘려 지역 특성화 사립대 진학생 등 1만명을 새로 지원한다. 21개 지방 국립대가 석학 유치와 첨단연구 등에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미래인재성장자금 7천억원도 신설한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은 의대 등을 제외한 배경에 대해 "지방국립대 무료화가 추구하는 가치와 지역의료 필수의료가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며 "지방국립대를 하면서 의대를 집어넣는다 그러면 의대 쏠림 현상이 더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지역 필수의료 예산은 8천억원에서 1조3천억원으로 확대한다. 시·도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기획하는 '지역주도 의료공백 해소 지원사업'에 3600억원을 신규 편성하고, 5극3특 거점 국립대병원 육성 예산은 1154억원에서 2551억원으로 늘린다. 지역의사제 490명의 학자금·주거비 지원에도 44억원을 새로 투입한다.
생활 인프라 예산도 1천억원에서 1조7천억원으로 늘어난다. 복지·문화·돌봄 기능을 한데 모은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 90곳 건립에 1조5천억원을 투입한다. 신축은 60곳에 최대 200억원, 리모델링은 30곳에 최대 100억원씩 지원한다.
농어촌기본소득 17곳→35곳…국비 부담도 40%→50%
농산어촌 분야 예산은 7조4천억원에서 10조9천억원으로 늘어난다.농어촌기본소득 대상은 올해 17개 지역에서 내년 35개 지역으로 두 배 이상 확대한다. 전체 대상지역 69곳의 절반 수준으로, 관련 예산은 2천억원에서 1조2천억원으로 6배 늘어난다.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국비 지원 비중도 높인다. 현재 국비 40%·광역 30%·기초 30%인 분담 구조를 국비 50%·광역 25%·기초 25%로 바꾼다.
조 차관은 확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에 "대상 지역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가자고 한 것이어서 큰 무리는 없다고 본다"며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업을 살리려고 하는 예산이 아니라 인구소멸한 농촌을 살리는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공익직불금은 처음으로 3조원대에 진입한다. 5성급 호텔이 없는 지방에 호텔 3곳을 신축하도록 특별융자와 이차보전을 지원하는 사업에도 1500억원을 신규 편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