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안이 역대 최대 규모인 39조5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26조5천억원으로 줄어든 뒤 3년 만에 13조원 증가한 규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올해보다 4조원(11.2%) 늘어난 39조5천억원 규모의 2027년도 정부 R&D 예산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주요 R&D는 33조8천억원, 일반 R&D는 5조7천억원이다.
1991년 이후 매년 늘던 정부 R&D 예산은 2024년 33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당시 전년보다 5조2천억원 줄어든 25조9천억원 규모의 정부안을 제출했다.
국회 심의에서 6217억원이 증액됐지만 최종 확정액은 26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6천억원(14.7%) 적었다. 다만 당시 과기정통부는 2023년 예산 가운데 1조8천억원이 비(非) R&D로 재분류된 만큼 명목상 감소액 4조6천억원 전부를 실질적인 삭감액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R&D 예산은 2025년 29조6천억원으로 3조1천억원 증가했고, 2026년에는 5조9천억원 늘어난 35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2026년 증가율은 19.9%로 최근 20년 사이 가장 높았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다시 4조원 늘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20년간 정부 R&D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인 7.2%도 크게 웃돈다.
신규 R&D에 역대 최대 3.3조…대형 사업 검토 2년→3개월
정부는 특히 신규 R&D 사업에 역대 최대 규모인 3조3천억원을 투입한다.총사업비 1천억원 이상 대형 R&D 사업은 기존 예비타당성조사에 비해 검토 기간을 약 2년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정부가 검토한 38개 사업 가운데 23개, 1조1천억원 규모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피지컬 AI 핵심기술 개발에 550억원을 신규 투입하고, AI 데이터센터(AIDC) 핵심 소재·부품·장비와 클라우드 기술 개발·고도화에는 1545억원을 편성한다. 제조현장의 숙련공 노하우를 AI에 학습시키는 '제조암묵지 활용 AI 솔루션'에도 2900억원을 새로 투자한다.
AI에 4.1조…'3대 메가·7대 SEED'에 9.5조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R&D 투자의 선택과 집중도 강화한다.
10대 NEXT 전략기술 분야 투자는 올해 11조원에서 내년 13조8천억원으로 25.3% 확대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피지컬 AI·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 R&D에는 5조8천억원, SMR·재생에너지·핵융합·양자·우주항공·첨단바이오·첨단공급망 등 7대 SEED에는 3조7천억원을 투입한다.
분야별로는 AI 투자 증가폭이 가장 크다. 올해 2조4천억원에서 내년 4조1천억원으로 69.1% 늘어난다. 첨단로봇·모빌리티는 7천억원에서 1조1천억원으로 46.9%, 미래에너지·원자력은 1조2천억원에서 1조7천억원으로 37.7%, 우주항공·해양은 1조5천억원에서 2조원으로 35.4% 증가한다. 지역 R&D도 3조3천억원에서 4조5천억원으로 35.6% 확대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R&D 투자전략도 함께 추진한다. 향후 5년간 정부 R&D에 처음으로 200조원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AI 경쟁력을 현재 5위에서 3위로 끌어올리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율은 30%에서 50%, 로봇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41%에서 80%로 높인다는 목표다.
지원하고 끝 아닌 '투자형 R&D' 첫 도입
정부 R&D 지원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기존 출연 방식에 더해 정부가 지분을 취득하고 성과를 회수해 다시 R&D에 투자하는 '투자형 R&D'를 처음 도입한다.유전자·세포치료제 사업화와 화합물반도체 상생팹 등 특수목적법인(SPC)형 사업, 민간협력 투자형 기술개발과 공공연구성과 기반 R&D 등 투자조합형 사업에 모두 1093억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초연구와 연구자 지원도 확대한다. 기초연구는 3조4천억원에서 3조6천억원, 출연·직할연구기관은 4조원에서 4조8천억원, 청년·인재 분야는 1조5천억원에서 1조8천억원으로 각각 늘린다. 재난안전 R&D도 2조4천억원에서 2조7천억원으로 확대한다.
과기정통부가 별도로 발표한 소관 R&D 예산도 올해보다 18.5% 증가한 14조1천억원으로, 정부 전체 R&D의 약 36%를 차지한다.
내년도 R&D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