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제 상위 반열에 오른 위상과 역대 최대 규모의 라인업을 앞세워 다음 달 막을 올린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일 오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1회 영화제 개최 방향과 주요 특징을 설명했다.
세계가 인정한 위상, 'A리스트' 영화제로 성장
올해 초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부산국제영화제와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를 세계 최상위 등급인 'A-리스트' 영화제 17곳에 새로 포함시켰다.영화제 측은 그동안 언론에서 '4대 영화제', '5대 영화제' 식으로 불려왔지만 전 세계 영화제로부터 공식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 3월에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서 국가별 공식 출품작 외에 최고상 수상작에 별도 출품 자격을 부여하는 6개 영화제 명단에 부산을 포함시켰다. 칸, 베를린, 베니스와 선댄스, 토론토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대상' 수상작이 이 자격을 얻게 되면서, 부산에서 발견된 아시아 영화가 세계 무대로 향할 통로가 하나 더 열렸다. 오는 9월에는 한국과 프랑스 정상이 공동으로 이끄는 첫 '뤼미에르 서밋'에도 참가해 세계 영화·영상산업 리더들과 자리를 함께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그전에는 4대 영화제, 5대 영화제라는 얘기가 언론에 나오는 걸 봤지만 전 세계 영화제로부터 공식적으로 평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부산이 6대 영화제가 되든 17대 영화제로 불리든,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서 어떻게 독창적인 길을 걸을 수 있을지가 이사장으로서 계속되는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화요일로 앞당긴 개막일, 몸집도 역대 최대로
올해 영화제 공식 초청작은 모두 246편으로,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그동안 지켜온 수요일 개막 관행을 깨고 화요일로 하루 앞당겼는데, 관객이 몰리는 개막 후 첫 주말까지의 관람 기간을 하루 더 늘리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또, 통상 하루 4회차로 운영하던 상영을 관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간은 5회차로 확대한다.
개막작은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선정됐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선정 배경을 두고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개막작에 지나친 강박을 갖고 있었다"며 "개막식을 즐기는 관객이 다 함께 재미있어할 만한 작품이면 좋겠다는 것이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의 장점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연출력,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여덟 명의 젊은 배우가 한자리에 모인 멀티캐스팅을 꼽았다.
두터워진 경쟁부문 14편, 안정화가 화두
지난해 신설된 경쟁부문은 올해로 두 번째 해를 맞아 모두 14편이 최종 선정됐다. 신예 감독의 데뷔작부터 거장의 신작까지 고루 포진했다.한국에서는 이아현 감독의 데뷔작 '그날의 태주'가 이름을 올렸고, 중국의 구유 감독은 3부작의 마지막 편인 '처음 만난 외로움'으로, 이란의 거장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신작 '빵과 책'으로 부산을 찾는다.
일본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조감독 출신 히로세 나나코 감독이 '비트윈 투 러버스'를, 오키타 슈이치 감독이 '사토코는 언제나'를 들고 온다. 한국 장르영화의 저력을 보여줄 김정훈 감독의 '면도'와 애니메이션 '긴긴밤'도 경쟁부문에 포함됐다.
비전 섹션은 한국 12편과 아시아 12편, 모두 24편으로 짜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문을 넓힌 결과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경쟁부문 구성 방식을 두고 "월드 프리미어에 대해 강박을 갖고 있지 않다"며 "좋은 작품이면 초청한다는 것이 취지"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열풍 올라탄 영화제, 아이콘 섹션도 역대 최대
올해 선정작에는 애니메이션이 유독 고르게 퍼져 있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의 연간 흥행 1위 작품이 모두 애니메이션이었고,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흔든 일도 있었다.영화제 측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장단편 13편 규모의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마련했다. 극장용 오리지널 작품으로 한정하되,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은 제외하는 대신 두 거장에게 영향을 준 작품은 예외로 포함했다.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는 애니메이션 팬들이 밤새 세계 각국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올나잇 애니메이션'도 새로 생긴다.
세계적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섹션은 지난해 33편에서 올해 36편으로 늘며 역대 최대 규모를 다시 썼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안드레이 즈뱌긴체프 감독의 '미노타우로스'를 비롯해 올해 칸 수상작만 15편에 달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일커 차탁 감독의 '옐로우 레터',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던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도 포함됐다.
거장과 스타들의 부산행, 여성 영화인에게 보내는 헌사
영화제를 수 놓는 스타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아시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미셸 여)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15년 만에 부산을 찾고, 이자벨 위페르와 인도네시아 국민배우 크리스틴 하킴도 부산을 방문한다.매기 질렌할은 마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단편 '플레시 임팩트'를 들고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린타로 감독은 대표작 '메트로폴리스'를 소개하기 위해 17년 만에 한국의 영화제를 찾는다.
여성 영화인에게 헌사를 보내는 까멜리아상은 홍콩의 거장 허안화 감독에게 돌아갔다.
까르뜨 블랑슈에서는 김지운 감독과 배우 판빙빙, 홍경표 촬영감독이 자신의 인생작을 골라 관객과 나누고, 간판 프로그램인 액터스 하우스에는 김고은·김민하·류승룡·신민아·이민호·주지훈 등 6인의 배우가 참석해 필모그래피와 연기론을 풀어놓는다.
이 밖에 '동시대 영화의 가능성을 말하다'를 화두로 내건 포럼 비프는 다음 달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려 AI 시대의 창작과 영화 정책을 논의한다.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인 커뮤니티비프도 아홉 번째 해를 맞아, 관객이 직접 상영작을 제안하는 '리퀘스트시네마'에 역대 최다인 92건이 접수돼 18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고, 동네방네비프는 부산을 넘어 양산과 서울까지 상영 공간을 넓힌다.
올해 영화제의 상영시간표는 오는 11일 공개될 예정이다. 개·폐막식과 오픈 시네마, 액터스 하우스 등 티켓은 오는 17일 오후부터, 일반 상영작과 마스터클래스 등은 오는 21일 오후부터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