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년 전 서해서 잠든 아펜젤러…'순직 여객선' 실체 나올까



[앵커]
 
최초의 내한 선교사인 아펜젤러 목사는 지난 1902년, 서해 어청도 인근 해상에서 선박 충돌 사고로 순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탑승했던 여객선의 정확한 침몰 지점은 120년이 넘도록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그동안 불분명했던 침몰 위치를 두고, 최근 일본 정부의 공식 기록과 현지 어민의 탐사 결과가 동시에 제시됐습니다.
 
정원희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 개신교의 첫 선교사이자 근대화의 선구자인 헨리 아펜젤러가 서해 바다에 잠든 지 124년.
 
그가 남긴 헌신의 발자취를 좇아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발걸음이 어청도 앞바다로 향했습니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는 최근 한국교회사 연구자들과 함께 아펜젤러 선교사의 순직 장소를 확인하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오랫동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던 비극적 사건의 실체를 과학적 데이터와 역사적 사료로 재구성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번 답사에서는 특히 아펜젤러 선교사가 탑승했던 여객선 '구마가와마루'의 정확한 침몰 위치에 대한 새로운 사료와 현지 어민의 생생한 증언이 교차하며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홍승표 박사는 "그동안 아펜젤러 선교사가 탄 배가 정확히 어디에 잠들었는지는 '어청도 부근'이라는 모호한 추측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 일본 관보와 당시 해운 잡지 '해상통보'를 통해 북위 36도 9분 30초, 동경 125도 55분이라는 과학적 좌표가 마침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홍승표 박사(한국기독교역사학회 연구이사, 아펜젤러인우교회 담임목사)
"이건 일본 정부에서 사고가 있은 지 3주쯤 후에 일본 정부가 관보에다 게재한 내용이기 때문에 매우 공식적이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20년 전의 기록과 현재의 바다가 품은 진실 사이에는 미묘한 간극이 존재했습니다.
 
어청도 인근에서 25년간 낚싯배를 운영해 온 나성균 선장(서천 동백정교회 권사)은 어군탐지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역사적 기록의 좌표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며 새로운 좌표를 제시했습니다.
 
나 선장이 지목한 유력 침몰 지점은 기록에서 남서쪽으로 약 12km 떨어진 북위 36도 5분, 동경 125도 49분 해상입니다.
 
그는 해당 지점에서 해저 바닥으로부터 10m가량 솟아 있는 물체를 포착했다며, 상당 부분이 뻘에 묻힌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십 년간 바다를 오간 어민으로서 이 물체가 단순한 어초가 아닌 대형 여객선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고 직후 배가 50m 수심으로 가라앉는 동안, 서해의 강한 썰물을 타고 밀려 내려갔다는 추측입니다.
 
연구소 답사팀은 두 좌표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어청도로 출항했습니다.
 
하지만 출항 직후 거세진 돌풍과 기상 악화로 인해, 침몰 지점을 눈앞에 두고 아쉽게 회항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덕주 박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 감리교신학대학교 명예교수)
"아펜젤러 선교사님의 고귀한 죽음의 현장을 찾아가는 것도 우리가 다음에는 더 기도하고 더 노력해서 다음 기회에 저희들이 다시 한 번 더 시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희 연구소로서는 이번 기회에 우리가 빚을 진 선교사님의 흔적을 찾아서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비록 조난 현장에 닿지는 못했지만, 이번 답사는 124년간 묻혀 있던 역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정밀 조사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만열 박사(전 국사편찬위원장)
"아펜젤러가 한국을 위해서 교육 선교를 열심히 했다는 것 하고 책임감이 얼마나 강했던 사람인가 자기가 살 수 있는 데도 그걸 지체해가면서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했고…"
 
스물 여섯 젊은 나이에
자신과 아무 상관 없던 낯선 조선 땅에 건너와
평생을 교육과 복음 전파에 몸을 바치고,
마지막 침몰의 순간에도 타인을 구하려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았던 아펜젤러 선교사.
 
124년 동안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이 숭고한 헌신의 흔적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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