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는지 죽었는지 몰라도…슬픔속 시신없는 합동장례식

실종자만 4천명…"시신 못 찾았지만 불교문화 따라 서둘러"

지난 2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한 불교 사찰에서 최근 대홍수로 실종된 셰르파족 19명의 합동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한 불교 사찰의 대법당 입구에 남성 19명의 얼굴 사진이 한꺼번에 붙었다. 사진 아래에 놓인 제단 위에서는 작은 초 하나가 타고 있었다. 그 밑에는 생수와 오렌지 주스도 과일과 함께 가지런히 놓였다.

추모객들은 불교 의식 행위로 흰색의 긴 의례용 천인 '카다'(Khada)를 제단 위에 올려놓은 뒤 돈이 든 봉투를 조문함에 차례차례 넣었다.

영정 사진 19개가 가운데에 놓인 대법당 안에서는 승려들이 불경을 읊는 소리가 가득했다. 유가족들은 옆에서 두 손을 맞잡고 축원했다.

영정 사진 속 평온한 얼굴의 남성들은 지난달 26일 중북부 바그마티주 일대를 덮친 대홍수로 실종된 셰르파족들이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한 불교 사찰에서 최근 대홍수로 실종된 셰르파족 19명의 합동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셰르파는 히말라야 고봉에 오르려는 전문 산악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반 가이드로 알려져 있다.
본래 이 명칭은 오랜 세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살아온 소수민족 이름이다. 이들 셰르파족은 민족명인 '셰르파'를 성처럼 이름 뒤에 쓰는 경우가 많다.

페마 누르푸 셰르파(38)는 "셰르파족들은 기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함께한다"며 "거의 한 다리 건너면 다 친척으로 생각해서 이런 큰일이 생겼을 때도 같이 슬퍼하고 위로한다"고 말했다.

영정 사진 속 19명의 시신은 지난달 26일 대홍수가 일어난 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발견되지 못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네팔 불교의 전통에 따라 결국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내기로 하고 '시신 없는 합동 장례식'을 지난 2일(현지시간) 치렀다.

지난 2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한 불교 사찰에서 최근 대홍수로 실종된 셰르파족 19명의 합동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실종자 중에는 바그마티주 신두팔촉 지역에 있는 타토파니에서 셰르파족들을 이끄는 지역 지도자도 포함됐다.

그의 셋째 동생인 비카스 라마 셰르파(44)는 "큰형은 승려였지만 티베트 국경을 오가며 화물차 운전기사로도 일했다"며 "사고 사흘 전 전화 통화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사는 둘째 형이 큰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귀국해 함께 헬기를 빌려 타고 사고 현장을 살펴봤다"며 "다 쓸려나간 지형을 보니 큰형이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 결국 장례식을 지내 편안하게 보내주기로 했다"고 울먹였다.

매형의 장례식에 참석한 니마 파상 셰르파(34)도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는 모른다"며 "시신을 못 찾았지만 (중국 티베트자치구와 유사한) 불교문화에 따라 (서둘러) 장례를 치르러 왔다"고 말했다.

장례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카트만두 안팎에서 이 불교 사찰에 모인 셰르파족들은 거의 1시간 만에 1천명을 넘었다. 이들은 실종자들의 영혼이 강물과 진흙더미에서 나와 편안히 쉬기를 바랐다.

이 불교 사찰을 운영하는 셰르파 봉사센터 회장인 락파 틸리에 셰르파는 "이번 대홍수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셰르파족이 내가 아는 이들만 50명이 넘는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한 불교 사찰에서 최근 대홍수로 실종된 셰르파족 19명의 합동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불교 사찰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카트만두 마칼바리 주택가의 3층짜리 집에서도 불경 소리가 새어 나왔다. 셰르파족인 유가족과 동네 이웃들 100여명이 빼곡하게 앉아 시신도 찾지 못한 이 집 가장의 명복을 빌었다.

집 앞에서 만난 치링 셰르파(23)는 "3년 반 전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데 대홍수가 나기 1시간쯤 전에 아버지에게서 국제전화가 왔다"며 "안부를 서로 물은 그 전화가 마지막 대화였다"고 기억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티베트 국경에서 가이드 일을 하는 아버지가 이틀 뒤에 카트만두에 간다고 했다"며 "이틀만 빨리 일이 끝났더라면 아버지를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의 삼촌도 "일본에서 일하다가 형 소식을 듣고 네팔로 왔다"며 "누구에게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덮친 대규모 홍수로 전날까지 네팔과 국경을 맞댄 중국 티베트에서 모두 합쳐 1천130명이 숨지고 4천462명이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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