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부임 첫날 전국 지휘관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최근 잇따라 불거진 부실 수사 사태에 대해 대국민 공식 사죄를 했다.
경찰청은 3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에서 '경찰이 부족했습니다. 뼈저린 반성과 철저한 쇄신으로 경찰을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김 대행 주재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국가수사본부장과 전국 시도경찰청장 등 경찰청 주요 지휘부가 참석했는데, 인사발령으로 새롭게 교체된 경찰지휘부가 부임하기 전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지휘부 전원이 현재의 상황을 어느 때보다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경찰 조직을 기본부터 바로 세우겠다는 강한 쇄신 의지를 국민 앞에 약속드리기 위해 회의를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행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여러분께 첫 인사를 올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어떤 약속에 앞서 반성과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최근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 은폐 사건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소중한 가족의 생사를 애타게 기다리던 분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경찰에 '과연 경찰을 믿어도 되는가'라고 묻고 있다며 "이 질문을 피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개별 경찰관의 잘못만을 탓하고 끝내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현장에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왜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확인해 국민의 질문에 책임 있게 답하겠다"며 "경찰의 잘못은 있는 그대로 밝히고 숨기거나 감싸는 문화를 뿌리 뽑겠다. 경찰에 유리한 사실만을 설명하지 않고 누구의 잘못인지, 지휘·감독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경찰의 잘못이 발생할 경우 지휘·감독 책임까지 규명하고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김 대행은 "앞으로 경찰의 잘못은 있는 그대로 밝히고, 잘못을 숨기거나 감싸는 문화를 뿌리 뽑겠다"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행위, 국민에게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는 행위가 더 이상 경찰에 발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외치며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경찰은 존재 이유가 없다. 여기 있는 경찰지휘부 모두가 이 엄중한 사실을 명심하고, 뼈저린 반성과 철저한 쇄신으로 경찰을 기본부터 다시 세우겠다. 경찰이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는 모습을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회의에서는 국민의 신뢰 회복과 치안 역량 강화를 위한 주요 현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실종 사건 대응 체계의 근본적인 쇄신 방안과 관련해 경찰은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거나 방치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접수부터 수색·수사, 관리·감독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점검하고 개선하기로 했다.
경찰 조직 전반의 업무와 지휘·감독체계를 원점에서 진단하고 책임성·전문성 및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경찰개혁 추진방향도 공유했다.
또 경찰청은 경찰개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경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조직과 제도뿐 아니라 현장 업무방식과 조직문화까지 폭넓게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 경찰은 다음 달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대비한 준비상황도 함께 점검하고, 제도 변화로 인해 국민의 범죄피해 구제나 사건 처리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인력을 확충하고 역량을 높여 나가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한편 김 대행은 이날 오후에는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제주도를 방문한다. 실종자 유가족을 찾아 위로하고, 한림읍 사건 현장을 찾아 부실 대응 상황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