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진보적 가치와의 이념전쟁에 집중하면서 미군 지휘부 공백과 미래전 대비를 위한 전력 현대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2일(현지시간) 헤그세스 장관이 진보적 가치 행태를 비판하는 용어인 '워크'(woke)와의 이념전쟁에 집중하고, 자신의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 군 수뇌부를 배제하면서 육군의 현대화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의 사임을 계기로 더욱 불거졌다.
드리스콜 장관은 사임서에서 육군의 변혁과 전투 준비 태세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헤그세스 장관이 이를 주도하던 장성들을 해임해 관련 노력을 가로막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이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을 해임한 데 이어 드리스콜 장관까지 사의를 밝히면서, 육군은 이란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장관과 참모총장이 모두 공석인 상태다.
CNN은 특히 헤그세스 장관의 인사 조치로 드론전 등 미래전에 대비한 육군 현대화를 주도해 온 지휘관들이 잇달아 물러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지 전 참모총장을 비롯해 크리스토퍼 도너휴 전 미 육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 데이비드 호드니 전 육군 변혁·훈련사령관 등이 대표적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이후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과 성소수자 관련 정책 등을 '워크' 문화로 규정해 비판하면서 군에서 '전사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미군 고위 관계자들은 헤그세스 장관 재임 기간 이념전쟁과 관련한 사안을 놓고 일종의 정치적 압력을 받아왔다는 점을 비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CNN은 전했다.
유럽에 주둔하는 한 미 국방 당국자는 CNN에 "헤그세스 장관이 무인 시스템 등 기술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군 현대화보다 문화적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도 헤그세스 장관이 국방부 장악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내부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이란전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차례 임기를 통틀어 고위 지휘부가 가장 축소되고 핵심 무기 재고도 줄어든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헤그세스 장관이 올해 들어 동료 장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선정한 장교 가운데 최소 45명을 승진 명단에서 직접 제외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인용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정치 지도부의 개입에서 독립돼 온 군 인사 시스템에 대한 이례적인 개입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현대화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관료주의를 줄이고 혁신을 촉진해 군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