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영업이익 N% 성과급'과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가 의무적 교섭대상 및 조정·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시행지침을 3일 내놓은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헌법상 노동3권을 행정지침으로 제한한다며 폐기를 요구했고, 경영계는 배치전환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노동조합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번 지침은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N% 성과급'을 요구하고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까지 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쟁의 대상을 명확히 하라고 지시하면서 노동부가 기준 마련에 나섰고, 위임 조항이 없어 시행령 제정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침 형태로 정리됐다.
노동계 "요구 형식만으로 쟁의권 갈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지침 폐기를 촉구했다.한국노총은 지침이 성과급의 실질이 아니라 요구의 형식만으로 쟁의 대상 여부를 가른다고 지적했다. 같은 경영성과급인데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요구하면 교섭·쟁의 대상이 아니고, 기본급이나 연봉을 기준으로 요구하면 가능하다는 것은 자의적 기준이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성과급의 지급 여부와 산정기준은 모두 노동자가 지급받는 보수와 경제적 대우에 관한 사항"이라며 "산정기준이 기업이익인지 기본급인지에 따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의 인정 여부가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지침이 오히려 분쟁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그동안 노사가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객관적 재무지표에 성과급을 연동하고 미리 합의한 산식에 따라 지급률을 정해왔는데, 지침대로라면 매년 지급액이나 지급률을 새로 요구하며 갈등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침을 "사용자 편향"으로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기업의 성과는 노동자의 노동 없이는 결코 얻을 수 없는데도 성과급 배분에서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삼성·SK와 같은 대기업의 대변자로 스스로를 전락시킨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업경영상 결정에 관한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노총은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로만 교섭 범위를 제한하면 "회사가 세부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하기 전까지 노동자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자의적 축소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노총도 현행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며, 지침이 법의 적용 범위를 다시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와 관련한 대목에도 반발이 집중됐다. 지침은 기업이익 연동 성과급 등에 대한 조정 신청이 들어오면 노동위가 요구안 변경을 권고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양대 노총은 이를 두고 노동위원회의 독립적 심리와 노동자의 조정절차 이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지침을 근거로 한 사용자의 교섭 거부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고소, 교섭응낙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서고, 노동위가 지침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으로 위법성을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도 지침 폐기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계 "배치전환은 통상적 인사이동…쟁의 대상서 빼야"
경영계는 정반대 지점을 문제 삼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침이 공장 신설이나 AI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배치전환을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예시한 점을 지적하며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차질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경총은 공장 신설 등에 따른 배치전환은 기존 근로자의 고용관계를 축소·재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형성된 생산조직에 인력을 배분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을 수반하지 않는 통상의 인사이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숙련인력이나 연구인력은 신규 채용만으로 확보가 어려운 만큼, 인력 배치를 둘러싼 교섭이 지연되거나 쟁의행위가 발생하면 공장 가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도 했다.
신기술 도입에 대해서도 "기업의 업무효율화를 위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경영상 판단"이라며, 이에 따른 배치전환과 작업방식 변경까지 쟁의 대상이 되면 일상적인 인사·경영권 행사마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성과급 기준의 불명확성도 지적했다. 경총은 지침이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영성과급은 의무적 교섭대상이라고 하면서도 어떤 경우에 이에 해당하는지를 밝히지 않아 현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판례가 임금으로 인정한 유형의 요건을 지침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지침을 둘러싼 평가는 정반대지만, 양쪽 모두 지침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은 공통된다. 경총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 정의 규정을 개정해 공장 신설과 그에 따른 배치전환 등 기업의 의사결정 사항은 쟁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계는 반대로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적용 범위를 축소할 수 없다며, 지침 자체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노동부 권창준 차관은 지침 발표 브리핑에서 "법을 뛰어넘어 쟁의 범위를 제한하는 지침이 아니라 기준을 구체화해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노사 유불리를 생각해서 만든 지침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