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주공 합친 LH, 17년 만에 다시 둘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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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각각 다른 법인으로 나누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앞두게 됐다. 주택공급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주거복지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눈에 띄는 건 조직을 둘로 나누면서도 돈의 흐름은 연결한다는 점이다.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을 거쳐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결국 LH 개편으로 '속도'와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분리된 두 기관의 재무구조와 재원 이전 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LH, 17년 만에 다시 쪼갠다…개발과 복지, 왜 분리하나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에는 LH의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각각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쳐져 LH가 출범한 지 17년 만에 다시 두 기관으로 나누는 방안이다.

현재 LH는 택지개발·주택건설 같은 개발사업과 공공임대주택 운영 등 주거복지 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 정부는 성격이 다른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한 기관이 동시에 수행하면서 주택공급 속도가 떨어지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은 커지는 등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은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로,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은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발공사는 주택공급에 역량을 집중하고 자산공사는 공공임대주택 운영과 주거복지를 전담하는 구조다. 주택공급의 동력을 확보하면서 주거복지 기능도 별도 기관에서 안정적으로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LH를 개발과 주거복지로 나누는 방안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이후에도 정부는 토지·주택·주거복지 기능을 어떻게 분리할지를 놓고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

당시에도 최대 쟁점은 '돈'이었다. LH는 개발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사업의 손실을 메우는 '교차보전' 구조를 유지해 왔다. 조직을 분리하면 이 구조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문제가 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장경석 입법조사관은 2021년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 혁신안의 주요내용 및 쟁점' 보고서에서 "LH 분사와 같은 공공기관의 구조 및 기능조정은 업무중복 해소, 경영효율성 및 경쟁력 확보, 재무적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편안은 조직은 과감하게 나누면서도 개발과 주거복지를 잇는 재정적 연결고리는 남겼다는 점에서 과거 논의와 차이가 있다.

조직은 쪼개도 돈은 연결…개발이익 복지에 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조직을 분리하면서도 돈의 흐름까지 끊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 구상에 따르면 개발공사가 개발사업으로 얻은 이익 가운데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기금은 이를 다시 자산공사에 출연한다.

개발사업의 수익성과 주거복지의 공공성을 각각 다른 기관이 맡되, 개발에서 발생한 이익을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문제는 개발공사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다.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주거복지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도 줄어들 수 있다. 개발과 복지의 재정적 연결을 유지하면서 주거복지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양 기관의 재무구조와 주택도시기금의 역할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연합뉴스

LH의 재무 여건도 녹록지 않다.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73조 7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 6천억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217.7%에서 230.8%로 높아졌다.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2016년 1조 1706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선 뒤 2024년 2조 8311억원, 지난해에는 3조 1949억원까지 불어났다.

현재 공개된 정부안만으로는 자산과 부채를 두 기관에 어떻게 나눌지, 개발이익을 얼마나 적립할지, 기금이 어떤 방식으로 자산공사에 출연할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구체적인 기능 조정과 재무구조 등을 국토부가 별도의 'LH 개혁방안'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급 속도 높이고 공공성 지킬까…관건은 '돈의 설계'

정부 구상대로라면 개발공사는 주택공급 확대와 사업 효율성에, 자산공사는 공공임대주택 운영과 주거복지 강화에 각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한 기관 안에 뒤섞여 있던 개발사업의 수익성과 주거복지의 공공성을 분리해 각 기관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기대효과다.

반대로 조직 분리가 또 다른 비효율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개발과 주거복지가 별도 기관으로 나뉘면 사업 연계와 재원 조정을 위해 두 기관을 다시 연결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해진다.

특히 개발이익을 주거복지에 투입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개발공사의 수익성뿐 아니라 기금의 적립·배분 원칙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관건은 '어떻게 나누느냐'보다 '나눈 뒤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하면 각각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한쪽에서 개발이익을 재원으로 넣고 다른 쪽에서 이를 활용하는 구조인 만큼, 기금을 얼마나 투명하고 적절하게 운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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