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실투는 들어옵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거포 한동희의 방망이에는 잔뜩 들어갔던 힘 대신 '쿨한 여유'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한동희는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최근 맹타 비결과 남은 시즌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이날 한동희는 0-2로 뒤진 6회초 동점 2점 홈런을 쏘아올려 팀의 3-2 승리와 6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군 복무와 시즌 초 부상 악재를 털어낸 그는 올 시즌 81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302타수 89안타) 17홈런 55타점, OPS 0.868를 기록하며 롯데 타선의 확실한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상승세의 핵심은 간결해진 스윙과 과감한 타석 접근법이다. 김태형 감독의 주문과 전력 분석팀의 조언을 충실히 녹여냈다. 한동희는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방향이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치는 것인데, 그런 생각을 품고 타석에 들어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온다"라며 "연습할 때나 데이터 분석을 볼 때도 가볍게 힘을 빼고 간결하게 치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치다 보니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정감 또한 과거 최고점을 찍었던 시절을 앞선다. 한동희는 "과거에는 초반에만 반짝 괜찮았다면 지금은 꾸준하게 감이 유지되는 느낌이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괜찮은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상대 투수들이 코너워크나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지만, 어차피 실투는 들어오게 돼 있다는 생각으로 친다"라며 "낮은 공보다는 하이볼이 타구를 띄우기 수월해 스트라이크 존을 다소 높게 그려놓고 공략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즌 초반 겪었던 심리적 압박감과 부상 공백을 극복한 과정도 털어놓았다. 그는 "군대를 다녀온 뒤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한 시즌이었는데 초반 부상이 겹쳤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재활군에서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지금은 결과 자체를 신경 쓰지 않으니 타석에서 훨씬 여유가 생긴다"라고 전했다.
상무 야구단에서의 시간은 기술적으로 한 단계 올라서는 전환점이 됐다. 한동희는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지금까지 해왔던 야구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복귀 후를 준비할 수 있었다"라며 "몸 안쪽에서 공을 쳐 내는 연습을 많이 했다. 몸 안에서 스윙이 나와야 힘이 온전히 실리고, 밀어쳐서도 깊숙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목전으로 다가온 데뷔 첫 20홈런 달성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2020년과 2021년 기록한 17홈런이 개인 최다였던 그는 어느덧 타이기록을 달성했고, 이제 대기록까지 단 3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동희는 "아직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타석에서 지금처럼 내 스윙을 유지하다 보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이대호'라 불리는 시선에 대해서는 "이대호 선배님께서 잘하고 있다고 연락도 주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라며 "예전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 탓에 이름 석 자가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 야구에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시너지 효과를 내는 타선 배치와 수비 복귀도 상승세에 보탬이 된다. 한동희는 "앞 타순의 빅터 레이예스가 워낙 공을 잘 보고 잘 쳐주다 보니 투수들이 힘을 쓰고 내 타석에서 실투가 들어오기도 한다. 뒤를 받치는 고승민도 잘 치고 있어 힘이 난다"라며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나름의 요령이 생겼고, 3루 수비에 나설 때도 실수 없이 하자는 생각으로 임하면서 리듬을 잘 유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