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조각난 시신 300구 쌓여"…네팔 안치실 가보니 '시취' 여전

홍수 하류 바라트푸르 지역 시신 밀려와
안치실 시신 300구 쌓여…매장하기로
데브갓에 매립하고 팻말 세워…신원 확인용
실종자 흔적 찾으려는 DNA 검사소 줄 서

국립 바라트푸르 병원 청소부 메를남 님마하두르(50)씨가 홍수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치트완(네팔)=이충현 기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시신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온전한 시신이 거의 없었습니다. 매일 청소하고 시신을 정돈해야 했어요"

3일(현지시간) 네팔 치트완주에 있는 국립 바라트푸르 병원 청소부로 일하는 메를남 님마하두르(50)씨는 대홍수가 덮친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진다. 조각난 시신이 안치실로 물밀듯이 밀려와 마치 악몽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나리야니 강 하류에 위치한 바라트푸르 지역은 대홍부가 발생한 곳으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곳이다. 이곳은 홍수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는 적었지만, 상류에서 떠내려온 시신들이 대거 쌓인 곳이다. 현재까지 네팔 당국이 수습한 시신의 절반 정도가 치트완에서 발견됐을 정도다.

국립 바라트푸르 병원 안치실. 치트완(네팔)=이충현 기자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안치실로 가보니, 건물 인근부터 코를 찌르는 강한 시취가 진동했다. 약품으로 물청소한 흔적이 있었지만 냄새는 빠지지 않았다. 급히 마스크를 썼지만 죽음의 냄새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안치실 문앞에는 당시 상황을 보여주듯 잔여 의료 폐기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시신을 옮긴 것으로 보이는 녹슨 카트도 보였다.

님마하두르씨는 "당시 안치실에 자리가 부족해 밖에 텐트를 치고 시신을 둘 수밖에 없었다"며 "머리와 팔, 다리, 손, 발이 없는 시신들이 쌓이기 시작하더니 300구나 됐다"고 설명했다. 고온다습한 바라트푸르의 기후 특성상 시신의 부패도 빨랐다. 당시 시취가 안치실을 넘어 동네 전체에 가득했다고 한다.

치트완 지역 시신 매립지에 수백여구 시신이 묻힌 모습. 치트완(네팔)=CBS노컷뉴스 정석호

수백 구에 달하는 시신이 방치되자 네팔 당국은 전염병 등을 우려해 시신을 임시 매립했다. 부패를 막기 위해 시신을 비닐로 밀폐한 뒤, 바라트푸르 병원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데브갓 화장장에 묻은 것. 이날 데브갓 매립장에 가보니, 철조망으로 울타리가 쳐진 공터에 시신 수백구가 줄줄이 매장돼 있었다. 시신에는 추후 유가족이 DNA 대조를 통해 찾을 수 있도록 신원을 구분한 팻말이 세워졌고, 주변에는 고인을 기리는 꽃들이 놓였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하리 반다리(40)씨는 매립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시신들이 너무 심하게 훼손돼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미어졌다"며 "우리 모두에게 뼈아픈 슬픔"이라고 말했다. 힌두교는 시신을 화장하는 게 원칙인 만큼, 망자를 매립하는 것도 슬플 수밖에 없다. 이에 인근 마을 주민들은 최근 매립장에 모여 고인의 평안을 비는 추모 의식을 열기도 했다.

미확인 시신이 늘면서 실종자의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가족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바라트푸르 병원 옆에 마련된 DNA 검사실에는 헌혈을 통해 시신과 대조하려는 유족들이 줄을 섰다. 관계자에 따르면, 대홍수 이후 바라트푸르 지역에서 44명이 등록을 마쳤다.

아버지를 찾으려는 선데스 수날씨. 치트완(네팔)=이충현 기자

할아버지와 함께 검사실을 방문한 선데스 수날(24)씨는 룸비니에서 트럭을 몰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고 있다. 아버지는 사고 하루 전날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홍수로 실종됐다. 그는 "어제도 오늘도 와서 DNA 등록을 했다"며 "반드시 아버지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계속 찾아다니고 있다"고 눈물을 삼켰다. 할아버지 바기람 수날(83)씨도 "카트만두 등 온 지역을 돌아다니며 아들을 찾고 있다"며 "아들을 꼭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여전히 품고 있다"고 말했다.


트럭 운전사 아들이 돌아오지 않아 DNA검사에 나선 이무마야 타팔리야(70)씨. 치트완(네팔)=이충현 기자

이무마야 타팔리야(70)씨는 중국 국경에서 물건을 싣고 오다 실종된 트럭 운전사 아들을 찾고 있다. 일정상 대홍수가 오기 전 복귀할 수 있었는데, 물류 문제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변을 당했다. 타팔리야씨는 "근처 호텔에서 머물며 계속 아들을 기다렸지만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며 "혹시 아들이 손과 발을 다쳤더라도 DNA 검사로 살아있는 아들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네팔 대홍수 발생 8일째,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고 실종자는 3916명에 달한다. 경찰이 수습한 시신은 약 1천 구지만 심하게 훼손돼 유족에게 인계된 시신은 58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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