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은 합치고 공항은 멈췄다…공공기관 개혁에 엇갈린 지역 반응

부산항 가득 채운 컨테이너. 연합뉴스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역사회와 노동계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3일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공사로 묶은 뒤 기존 항만공사는 지역 지사 형태로 개편해 항만별 특화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항만공사 간 기능 중복과 과당경쟁을 줄이고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항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통합의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만공사 노동조합들은 즉각 반발했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노조는 공동 성명을 내고 "물리적 통합은 지역 항만의 특성을 무시하고 세계적 항만 운영 흐름에도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중앙집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항만공사를 다시 중앙집권화하는 것은 시대 역행"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사회에서도 항만별 특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인천항은 수도권의 관문항이자 대중국 교역을 책임지는 국가 핵심 인프라"라며 "단순히 기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은 항만의 현실을 보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을) 의원은 "인천항만공사를 통합공사의 지역지사로 격하하는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인천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자율적인 정책·사업 결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변화"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합을 일단 보류하고 지방공항 활성화를 우선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박찬대 인천시장은 "지역별 공항을 특성에 맞게 육성하는 방향을 환영한다"며 "인천공항도 글로벌 허브공항으로서 세계 여러 공항과의 경쟁에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민사회에서는 항만과 공항 모두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노조나 지역사회와 제대로 협의한 적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불통행정의 전형"이라며 "지방공항을 무리하게 건설했던 과거 정책부터 점검하고 구조적인 논의를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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