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학교 게임'에 빠져 있다면…괴물은 누가 만드는가

정답·평가 중심 교육 넘어…'가짜 공부의 종말'
프랑켄슈타인부터 프릭쇼까지…'괴물의 탄생'

앵글북스 제공

아이들은 누구보다 오래 공부하지만, 정작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AI)이 순식간에 답을 찾아주는 시대에도 교실은 여전히 같은 나이의 아이들에게 같은 내용을 같은 속도로 가르친다.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의 '가짜 공부의 종말'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매일 치르고 있는 '학교 게임'이 문제"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공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이 호기심보다 정답을 기다리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평가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책이 비판하는 것은 공부 자체가 아니다. 저자는 학교가 아이들을 모범생과 문제아, 상위권과 하위권, 영재와 범재로 나누며 하나의 기준에 맞춰 줄 세운다고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보다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먼저 배우고, 협력보다 경쟁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통적인 교실이 호기심을 꺾는 방식에도 주목한다. 모든 문제가 이미 어른들에 의해 정리되고, 아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지시와 정답이 주어질 때 배움의 설렘은 줄어든다. 공식은 외우지만 낯선 문제에 적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여기서 비롯된다고 본다.

책은 대안으로 '러닝 게임'이라는 배움의 방식을 제시한다. 정답을 맞히는 공부가 아니라 현실과 닮은 문제를 마주하고, 선택하고, 실패하고, 전략을 바꾸며 배우는 방식이다. 실패는 감점이 아니라 다음 판단을 위한 데이터가 된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 캠퍼스 안에 세운 학교 '애드 아스트라'도 주요 사례로 다뤄진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가상의 도시를 운영하거나 우주 식민지의 자원 배분을 협상하고, 미술관 운영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시 전략을 짠다. 정답은 없고, 아이들은 선택의 대가와 판단의 근거를 배운다.

저자는 불안한 시대일수록 더 많은 공부가 아니라 다른 배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 질문과 배움을 멈추지 않는 아이가 필요한 시대라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지음 |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현암사 제공

괴물은 정말 인간 바깥에 있는 존재일까. 아니면 인간이 자신과 다른 대상을 밀어내기 위해 만들어낸 이름일까.

영국 국립도서관 큐레이터를 지낸 역사가 수레카 데이비스의 '괴물의 탄생'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늑대인간, 미노타우로스, 좀비처럼 익숙한 괴물의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지만 관심은 괴담이나 환상 속 존재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인류가 무엇을 괴물로 불러왔는지를 따라가며, 그 과정에서 인간과 정상의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핀다.

괴물은 대개 경계에 선 존재다. 인간과 동물 사이, 삶과 죽음 사이, 익숙한 몸과 낯선 몸 사이에 있다. 사람들은 이런 존재를 두려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상상하고 기록하고 전시했다. 저자는 이 '괴물 만들기'가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공동체가 타인을 분류하고 배제하는 방식이었다고 본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지리학자와 박물학자들은 머리가 둘 달린 송아지 같은 기형 출산을 신의 징조나 자연의 우연으로 해석했다. 또 낯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입술이 지나치게 크거나 어깨 밑에 눈이 달린 집단으로 묘사하며, 지리적 타자를 괴물화했다.

근대 유럽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무서운 것을 보거나 이상한 상상을 하면 괴물을 낳을 수 있다는 믿음도 퍼졌다. 아버지를 닮지 않은 아이는 간통의 증거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몸과 출산, 여성의 욕망을 설명하기 위해 괴물이라는 이름이 동원된 셈이다.

책은 인종과 제국주의의 역사도 비껴가지 않는다. 19세기 라오스에서 납치돼 런던에 전시된 소녀 크라오의 사례는 인간이 어떻게 '잃어버린 고리'라는 이름으로 소비됐는지를 보여준다. 특이한 신체를 가진 이들을 구경거리로 만든 프릭쇼 역시 무엇을 인간으로, 무엇을 정상으로 볼 것인지를 폭력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괴물의 탄생'에는 상상 속 괴물 그림, 괴물로 취급받은 사람들의 초상, 프릭쇼 광고 전단, 옛 지도 등 다양한 도판도 실렸다.

수레카 데이비스 지음 | 이영아 옮김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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