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재정위기를 선언하고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법이 정한 재정위기 판정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주의 단계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대전시 결산서를 뜯어본 결과 지방재정법 시행령이 정한 6개 재정위기 판정 지표 가운데 확인 가능한 5개 지표 어디에서도 주의 구간에 들어선 곳은 없었다. 금고 잔액 비율은 원천 자료를 구하지 못해 판정을 유보했다.
지난해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8.5%로 추산되는 가운데 주의 기준(25% 초과)까지 6.5%p를 남겨뒀다. 위험 신호로 보는 기준선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셈이다.
2024년 공시된 통합 재정수지 비율도 5.51% 적자에 그쳐 주의 기준(25% 초과 적자)의 1/5 수준에 머물렀다.
참여자치시민연대는 시가 재정위기를 선언하며 71개 사업을 조정 대상으로 지목한 대목을 짚었다. 재정위기라는 말이 법령상 지정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인 만큼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취지다.
일반적 의미의 재정난과 법정 지정 상태를 구분하지 않으면 시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안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참여자치시민연대의 진단이다.
지난해 세입은 예산현액의 101%가 들어와 전년보다 10.8% 늘었으나, 증가분 8056억 원 가운데 98.3%는 국고보조금이 차지했다. 시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자체 수입 비율은 정작 5년 사이 36.34%에서 34.39%로 주저앉았다.
빚을 내 벌인 대형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대전시가 진 빚은 3년 사이 58% 늘어 1조 5864억 원에 달했지만, 도시철도 2호선(트램) 건설 사업은 지난해 쓰기로 한 예산의 32%를 쓰지 못하고 올해로 넘겼다.
결산서에 적은 이월 사유는 '트램 차량 제작 및 공사 등 집행 시기 미도래'라는 한 문장뿐이었다. 게다가 사업에 쓸 지방채(빚) 973억 원 가운데 590억 원은 회계연도가 끝나기 불과 9일 전에 빌렸다.
대전시청 밖에서도 빚이 늘고 있었다. 대전도시공사를 비롯한 산하 공사·공단 4곳의 빚은 한 해 사이 5708억 원에서 9591억 원으로 68% 뛰었다.
특히 도시공사는 지난해 벌어들인 돈의 절반이 넘는 5546억 원을 빌려서 채웠다. 이런 산하기관의 빚은 대전시 본청 기준으로 계산하는 법정 지표에는 잡히지 않는다는 점도 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짚었다.
참여자치시민연대는 대전시의회 결산심사에서 자체 수입 확충 계획의 실효성과 지방채로 벌인 대형 투자사업의 집행 계획, 산하기관까지 아우른 통합 재정 부담 규모 등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