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북구 용두동에서 40대 보행자가 심정지에 이른 교통사고는 수개월 전부터 위험성이 경고돼 온 지점에서 발생한 '예견된 사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고 지점은 우회전 차량에서 보행자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구조여서 인근 주민과 학부모들은 수개월 전부터 "사고 위험이 크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제때 시설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결국 우려했던 장소에서 실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4일 오전 찾은 광주 북구 용두동 사고 현장.
지난 1일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올해 3월 개교한 참미르초등학교로 이동하는 보행로와 맞닿아 있었다. 이곳 주변에는 초등학교 3곳이 위치해 등하교 시간대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통행이 잦다.
실제 사고가 난 횡단보도에 서보니 뒤쪽에서 우회전해 접근하는 차량을 곧바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직접 차량을 몰고 사고 지점으로 진입해보니 횡단보도 부근 보행자가 운전자 시야에 뒤늦게 들어왔다.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서기 전부터 있던 좁은 도로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보니 횡단보도를 앞두고 인도가 끊겨 있었고 바로 옆에 설치된 전봇대 등도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위험성이 사고가 발생하기 수개월 전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이다.
참미르초와 학부모들은 개교 전인 지난 2월부터 광주경찰청과 전남광주특별시, 북구청, 교육청 등에 교통안전 순찰을 비롯해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설치, 신호 주기 연장과 일방통행로 지정, 안전한 통학로 확보 등을 잇따라 요구했다.
학교가 관계기관에 발송한 공문만 살펴봐도 지난 3월 9일 '학교 주변 신호 주기 연장 등'을 시작으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과 정문 앞 횡단보도 설치, 주변 교통체계 개선, 안전한 통학로 확보 등을 잇따라 요청했다. 관련 요구는 4월까지 계속됐다.
특히 학교와 학부모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보행 대기 공간이 협소하고 사고 위험이 크다며 해당 장소까지 특정해 관계기관에 개선을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는 즉각적인 시설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관계기관들은 당시 즉각적인 시설 개선보다는 소관·절차 등을 안내하는 데 그쳤다.
전남광주특별시 관계자는 "도로 개설은 관련 법률과 교통영향평가 등에 따라 진행된다"며 "다만 해당 구간은 4차로에서 2차로로 연결되는 구조여서 운전자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로 구조상 위험 요인이 제기돼 온 상황에서 지난 1일 오후 1시 50분쯤 바로 이곳에서 20대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횡단보도에 있던 40대 여성을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재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별개로 주민들은 수개월 동안 위험성을 알렸던 바로 그 장소에서 결국 인명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근 주민 조현호(46)씨는 "아이를 학교에 등교 시키면서 해당 도로가 문제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사고를 목격하기도 해 심각성을 느껴 이후에 여러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어디에서도 바로 해결하겠다는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조미경(45)씨는 "아이도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등굣길 안전에 관심이 컸고 해당 지점의 위험성을 수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며 "국민신문고와 학교 공문 등을 통해 개선을 요구했지만 예산 부족이나 다른 기관 소관이라는 안내만 반복돼 답답한 마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