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은 엄마'의 부산행…기술과 인생이 겨루는 나흘

15일 제4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개막
전국 16개 시·도 477명, 41개 직종서 기량 겨뤄
내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도 병행
종합우승 7연패 한국, 헬싱키서 8연패 도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12년 전이었다. 진승옥(1979년생)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은 첫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을 때였다. 치료와 재활은 길었다. 그 끝에 남은 것은 중증 뇌병변장애였다. 손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를 가장 오래 붙든 것은 몸의 불편보다 아이 곁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자책이었다.

첫아이가 열두 살이 됐을 무렵, 진씨는 아산시장애인복지관 정보화교육 문을 두드렸다. 워드프로세서를 배우기 시작했다. 자판 하나를 정확히 누르는 것부터 훈련이었다. 오타 하나를 지우는 데도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매일 자리에 앉았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진씨는 올해 충청남도장애인기능경기대회 워드프로세서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문서를 빠르고 정확하게 작성하는 능력을 겨루는 종목에서 반복 훈련으로 손의 한계를 메웠다. 딸에게 포기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부산으로 향하는 것은 진씨만이 아니다. 60대에 처음 조각칼을 잡아 귀금속공예를 배운 뒤 취업까지 이어간 구인선씨, 스무 살이 되어서야 휠체어를 타고 처음 사회와 마주한 뒤 시각디자인 기능인이 된 김효탁씨, 청각장애를 안고 네일미용을 배우면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 출전까지 병행하는 모윤솔씨도 같은 무대에 선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열흘 뒤인 오는 15일 개막하는 제43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다. 고용노동부와 부산광역시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부산에서 열린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477명이 41개 직종에 출전한다. 정규직종 19개, 시범직종 13개, 중증장애인만 참가하는 레저·생활기술경기 9개다.

경기는 부산 벡스코(32개 직종·381명)와 부산폴리텍(4개 직종·26명),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1개 직종·18명) 등 3곳에서 치러진다. 가구제작·목공예·양복·양장 등 4개 직종에 출전한 52명은 지난달 사전경기를 마쳤다.

올해 대회가 예년과 다른 점은 2027년 5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제11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모두 8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제4회부터 제10회까지는 7회 연속 종합우승을 이어왔다. 이번 대회 직종별 금·은·동상 입상자는 국제대회 개최 직종에 한해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자격을 얻는다. 부산에서의 입상이 국제무대로 향하는 첫 관문인 셈이다.

입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자격시험 면제 혜택도 주어진다. 정규직종은 금상 1200만원, 은상 800만원, 동상 400만원이다. 시범직종은 각각 600만원·400만원·200만원, 레저·생활기술경기는 200만원·100만원·60만원이다.

입상자는 입상일로부터 2년 동안 해당 직종 기능사 필기·실기시험을 면제받는다. 참가 선수에게는 참가장려금 10만원이 지급된다.

개회식은 15일 오후 4시, 폐회식은 18일 오전 11시 벡스코 제2전시장 1층에서 열린다. 대회 기간 부산 장애인 채용박람회와 장애인 직업재활 컨퍼런스, 제64회 EDI 정책토론회 등 부대행사도 진행된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1981년 시작됐다. 1992년 제9회 대회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관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동 주최하는 순회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부산 개최는 2007년과 201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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