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잔류 최소화' 원칙에 따라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금융권 노조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4일 금융기관 지방이전 추진 등에 반발하며 총파업에 돌입했고, 금융감독원노동조합은 청와대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정부 일방통행식 지방이전 추진 반발"
금융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전국 조합원 3만여 명이 집결해 투쟁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1차 총파업은 지난달 1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6.05%의 찬성으로 실시된 것이다.금융노조는 정부가 금융기관 지방이전 문제에 대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등 각 금융기관이 수행하는 역할과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이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구 금융노조위원장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싱가포르·홍콩 등 주요 금융도시가 금융기관과 전문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가 서울에 남아야 한다는 이유는 정치적 이유도, 단순히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서도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와 금융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전날(3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개를 대상으로 '잔류 최소화' 원칙 하에 올 4분기 중 이전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금융공기업 및 유관기관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금융노조는 이날 총파업에서 주4.5일제와 청년 채용 확대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인력은 줄고 노동강도는 높아지는데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주4.5일제 도입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이를 청년채용 확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임금인상과 정년 65세 연장 및 임금피크제의 단계적 조정 △금융노동자를 실적경쟁으로 내모는 '미스터리쇼핑' 제도 폐지와 핵심성과지표(KPI)제도 개선 △금융공공기관의 자율교섭 보장 및 총인건비제 전면 개편 등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1차 총파업을 계기로 사측에 전향적인 교섭안 제시를 촉구하고, 책임 있는 답변이 없다면 추가 총파업을 통해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노조, 李대통령에 탄원서…"금융소비자 피해 우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금융위원회 및 국책은행 등과 함께 지방이전이 거론되는 금융감독원 노동조합도 반발 수위를 높였다. 금감원 김상우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찾아가 금감원 및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우려를 담은 탄원서를 이 대통령 앞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금융감독원과 금융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금융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대다수 금융소비자와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금융소비자 피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될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감원 임직원 1720명이 서명한 탄원서는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과 금융 공공기관이 금융중심지인 서울 여의도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연간 80만여 건에 달하는 금융 민원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금감원 내방 민원도 연간 3468건에 달한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민간기관(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금감원 이전을 위해선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