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업 생산을 넘어 유통·소비와 농촌 생활 전반으로 인공지능 전환(AX)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성공적인 농정 AX를 위해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농업 현장을 활용한 AI 실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전날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농정 AX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농업·농촌 분야의 AI 전환 현황과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고 5일 밝혔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국가 농업AX플랫폼 추진방안과 농업·농촌 AI 대전환 전략, AX 데이터 전략을 잇달아 발표하며 농정 전반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차세대중형위성 4호인 '농림위성' 발사와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위성 관측 데이터를 AI 수급예측 모델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데이터 기반 과학농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됐다.
정부의 농정 AX 정책은 국가 차원의 AI 추진계획 아래 농림축산식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하는 4대 분야 13대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핵심 사업인 '국가 농업AX플랫폼'에는 2030년까지 총사업비 2546억원이 투입된다.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으로 전남 무안군 해제면 일원에 조성되며, 대동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AI 온실과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정밀 농작업 서비스 등이 구축될 예정이다.
생산 분야에서는 노지 주산지 패키지 지원과 함께 중소농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저비용 보급형 스마트팜 모델 개발이 추진된다. 음성으로 영농 정보를 제공하는 대국민 AI 에이전트 'AI 이삭이'와 무인·자율 농업을 구현하는 '넥스트 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유통과 수급 분야에서는 축산물 AI 등급판정 시스템을 확대해 2030년까지 주요 축종 적용률을 70%까지 높일 계획이다. 농림위성 관측 데이터는 AI 수급예측 모델과 결합하고, 소비자에게 농식품 가격과 수급 정보를 제공하는 '알뜰소비정보 앱'도 선보인다.
AI의 활용 범위는 농촌 생활까지 넓어진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0곳 이상의 스마트 농촌생활권을 조성해 AI 기반 돌봄·교통·환경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흩어진 농식품 데이터를 국가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농업·농촌 AX 데이터허브'도 구축한다. 데이터의 수집과 가치화, 서비스화를 통합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AI 개발에 필요한 연산자원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과기정통부 사업을 통해 확보한 공공 GPU 32장을 작물 생육 데이터 구축과 민간 AI 솔루션 개발 등에 지원하고 있다.
기관별 AX도 동시에 추진된다. 농촌진흥청은 농업과학기술 AI 융합 전략을 추진하고 산림청은 AI를 활용한 재난 대응과 임도 설계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전남의 국가 농업AX플랫폼 거점 구축과 노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지정 등을 중심으로 지역 특화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농정 전반으로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 현장에서는 기술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실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고령농 비중이 높아 AI 활용 역량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기관과 사업별로 데이터가 분산돼 AI 학습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인 'AI-Ready Data'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처별로 추진되는 사업의 중복 가능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농업·농촌 AX 추진 현황 및 과제'를 발표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김지훈 디지털혁신본부장은 "성공적인 농정 AX를 위해 기술 보급 대수 중심의 성과 관리를 벗어나 표준화된 데이터셋 축적과 농가 수익 반영 체계를 조기에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부문 AX 필요성 및 현황'을 발표한 명승환 인하대학교 교수는 "농정 분야 AX 추진을 위해 데이터 표준화와 농정 현장의 AI 테스트베드화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낮은 진입장벽과 상세 피드백을 갖춘 신뢰 설계형 참여 채널을 구축하고, 실패를 자산화하는 조직 문화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