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 모 경장 실종 허위종결 사건' 피해자인 30대 여성의 유족이 4일 제주를 찾아 경찰의 섣부른 사망 원인 판단으로 신뢰를 잃었다며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책임감 있는 수사를 촉구했다. 부 경장에 대해서는 파면을 요구하고 국가배상청구 소송도 예고했다.
피해자 친오빠인 A씨와 변호인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제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절망하고 낙담했지만 지금부터는 사건에서 소외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주하고 목소리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경찰의 책임감 있는 수사를 촉구했다. 경찰은 부 경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지만, 장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수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
유족 측은 "경찰은 사건 초기 사망 원인이 자살로 추정된다는 섣부른 결과를 발표했다. 유족들은 이미 경찰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며 "자살이든 타살이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책임감 있고 성의 있는 수사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 경장에 대한 파면처분을 요구했다. "골든타임이 생명인 실종사건을 허위종결 시킴으로써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직무를 스스로 내려놨다"며 "파면 외 다른 처분은 고려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부 경장과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며 "금전 배상이 목적이 아니라 부 경장과 국가에 마땅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라고 했다.
실종사건 처리에 관한 명확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개인의 일탈이라는 핑계는 그만하고 개인의 일탈을 차단할 수 있도록 현행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진단해 조속히 개선하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취재진이 이날 담당 검사와의 면담 내용을 묻자 "수사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도 경찰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이 없다"고 했으며, 국가배상청구 소송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우선 2주간 법리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A씨와 변호인은 제주에 도착한 직후인 이날 낮 12시30분쯤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농장 일대를 찾아 사건 현장을 살폈다.
현장에서는 유족 측과 경찰 사이에 한때 실랑이가 벌어졌다. A씨 등이 피해자가 발견된 농장 안쪽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경찰이 현장 보존을 이유로 출입을 제지하면서다.
A씨는 취재진에게 "왜 못 들어가게 하는지 모르겠다. 저기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지금 제기되는 의혹을 경찰이 오히려 더 키우는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변호인도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고 현장 감식도 끝난 상황인데도 밖에서만 봐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제3자의 출입을 막는 것은 이해하지만 유족은 경찰 동행 아래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병찬 신임 제주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2시 부임 후 첫 지휘부 회의를 열고 실종사건 부실 대응과 관련한 조직 쇄신을 재차 주문했다.
김 청장은 "도민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것만이 경찰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라며 "각자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되새기며 '안전한 제주, 다시 신뢰받는 제주경찰'을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제주경찰은 실종사건 처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점검·보완하고 관계성 범죄 대응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업무 전반의 기본과 원칙 준수, 가시적인 종합 치안활동 강화, 공직기강 확립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