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가 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서리꽃'을 펴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대하소설과 '정글만리', '천년의 질문', '황금종이' 등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온 작가가 이번 신작은 젊은 연인의 삶과 죽음을 통해 사랑을 본격적인 화두로 삼은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대학 시절 시화전에서 시작된 인연을 따라간다. 주인공 이재이는 시 동아리에 출품한 자신의 시에 맞춰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변용한 그림을 그린 미대생 윤소인에게 마음을 품는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유학길에 오른다.
5년 뒤 돌아온 이재이는 집안의 몰락과 빚, 병으로 피폐해진 윤소인을 다시 만난다. 소설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재회에서 출발하지만, 단순한 연애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어디까지 함께 짊어질 수 있는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삶을 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작품 속 사랑은 한 편의 시와 그림에서 시작된다. 조정래 작가는 이 사랑의 출발점을 소설에 담기 위해 반 고흐의 자취를 따라 프랑스 파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직접 답사했다. 오르세 미술관, 반 고흐 미술관, 크뢸러 뮐러 미술관 등을 둘러보며 남긴 메모와 그림은 소설 속 인물들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서리꽃'은 모두 2권, 원고지 약 1690매 분량으로 구성됐다. 작품은 이재이와 윤소인의 사랑을 따라가면서 가족의 반대, 가난, 병, 예술, 신앙, 희생의 문제를 함께 끌어안는다. 작가는 스마트폰 하나로 많은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도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조정래 지음 | 해냄
롯데리아에서 결혼하자는 말이 튀어나오고, 홍대 밤거리에는 척추를 뽑는 사이보그가 날아다닌다. 교실 창밖 운동장에는 탱크가 나타난다.
이묵돌의 소설집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특유의 문체로 독자층을 쌓아온 작가가 현대인의 노동, 관계, 실패, 불안, 시대적 비극을 열 편의 이야기로 묶은 이야기다.
책에 실린 인물들은 대체로 평범한 자리에서 조금씩 어긋나 있다. 반복되는 노동을 견디는 항문외과 의사, 실연 뒤 사육사가 되기로 결심한 남자, 상처와 분노의 경계에 선 사이보그 살인 병기, 어린 시절의 성공에 붙들린 중년 등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표면은 유쾌하다. 작가는 익숙한 일상에 비일상적인 사건과 사물을 거침없이 끌어들인다. 롯데리아에서의 청혼, 레서판다 앞에서의 고백, 하늘로 사라지는 살인 병기, 중학교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군용 탱크 같은 장면들은 황당한 농담처럼 독자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질문이 남는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에 맞춰 성실하게 일하고, 시대 변화에 적응하려 애쓰지만, 그 성실함의 대가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이야기 곳곳에 깔려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다수의 취향을 좇다가 자신을 잃고, 과거의 작은 영광에 머무르며, 관계의 끝 앞에서 흔들린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 시대에 무엇이 인간다움으로 남는지도 소설의 배경을 이룬다.
소설집의 문장은 다소 거칠고 날것에 가깝지만, 그 거친 리듬은 인물들을 조롱하기보다 그들이 견디는 삶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쪽으로 움직인다. 제목처럼 이 책은 어떤 인생도, 어떤 실패도, 어떤 관계의 종말도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묵돌 지음 | 사유와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