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전월보다 높아진 가운데 정부가 "기조적으로는 물가가 내려가는 흐름"이라고 진단해 주목된다.
지난해 일시적인 통신요금 할인으로 낮아졌던 가격이 정상화하면서 올해 8월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이런 특이요인을 제외하면 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에 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특정 요인을 제거한 물가 수준과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내려갈 것이라는 '기조적 흐름'에 대한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요금 기저효과 컸다…정부 "제외하면 2% 중반"
6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7월 상승률 2.8%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정부는 지난해 8월 휴대전화 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를 상승률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특정 시점에 통신요금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만큼 올해 같은 달에는 전년 대비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특정 통신 요금의 현상으로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게 없으면 2% 중반의 물가를 갖고 있다고 보고 기조적으로는 물가가 그 전달에 2.8%에서 이제 내려가는 흐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설명대로 통신요금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8월 물가 상승률은 2%대 중반으로 낮아진다. 문제는 이를 물가가 '기조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판단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다.
근원물가 3.4%…기저효과 빼도 '추세 하락'은 별개
다른 물가 지표에서는 아직 뚜렷한 하락 흐름을 확인하기 어렵다. 8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7월 2.6%보다 상승폭이 0.8%포인트 확대됐다.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도 3.1% 올라 전월 2.5%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서비스 물가는 3.7%, 개인서비스 물가는 3.5% 상승했다.
물론 근원물가 상승률이 3.4%로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기조적인 물가 압력이 그만큼 커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근원물가 상승폭 확대에도 통신요금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결국 통신요금 효과를 제거한 2%대 중반이라는 수치는 일시적 요인을 걷어낸 물가 수준을 보여준다. 반면 '기조적 하락'은 물가의 추세에 대한 판단인 만큼 향후 지표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한은은 "기조적 상승세"…정부와 엇갈린 진단
한국은행도 8월 물가가 뛴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향후 흐름에 대한 진단은 달랐다.한은은 지난 2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지난해 통신비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진 데도 같은 기저효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9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기저효과의 소멸로 8월보다는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기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소비자물가는 중동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비용충격의 전이, 수요측 압력 확대 등으로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와 한은 모두 8월 물가를 끌어올린 주된 원인으로 통신요금 기저효과를 지목했지만, 기조적인 물가 흐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 셈이다.
통신요금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9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근원물가와 서비스 물가까지 함께 둔화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환율과 비용·수요 측면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현재 물가 흐름을 추세적인 하락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르게 평가할 수는 있다"면서도 "통신요금 기저효과를 제외한 물가가 2%대 중반이라는 것과 물가가 기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추세적 하락이라고 한다면 환율이 추세적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추세적인 하락이라고 판단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향후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