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연막탄設' 자초한 李정부[기자수첩]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레드 헤링'(Red Herr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원래는 액면 그대로 붉은 훈제 청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20세기 전 유럽에서 사냥개의 후각 훈련에 쓰인 이 생선은 너무 강력한 향취로 인해 종종 추적자들의 혼란을 불렀다(북유럽에서 '수르스트뢰밍'을 맛본 사람이라면 청어 향이 얼마나 독특한지 잘 알 것이다). 나중엔 오히려, 쫓기는 사람들의 '애착템'이 된 이유다. 더 나아가 지금은 작중 인물이나 관객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다른 데 돌리는 '떡밥', 즉 가짜 단서의 의미로 쓰이게 됐다.
 
간만에 이를 떠올린 계기는 8월 말 청와대의 '깜짝 인선'이었다. 주목한 포인트는 2가지다.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을 최소한 5%p는 깎아먹었을 거라고 평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유임(※사후 자진사퇴), 그리고 논란의 '용혜인 입각'이다. 기자는 후자가 일종의 '레드 헤링'이 아닐지 의심했다. 90년대생 의원의 장관 지명이라는 파격 아래엔, 보완수사 폐지 후 최대 관심사였던 법무장관의 '무난한 임명'이란 노림수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왜냐고? '이재명 정부 2기'를 알리는 중폭 개각에 성평등가족부가 포함된 맥락이 썩 와닿지 않아서다. 실제로, 초대 '원민경 체제'가 1년이 채 안 된 이 부처는 교체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었다. 원 장관에 대한 내부 평판이 딱히 나빴던 것도 아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성평등부 사람들도 입을 벌리고 발표를 지켜봤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적극 지지한 '젊은 여성'이라는 상징성을 빼면, 전문성과 공력 등 모든 면에서 용 의원이 더 나은 대체재임을 내세울 이유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인사권자의 의도가 잘 읽히지 않는다는 건 두 가지 경우일 것이다. ①단번에 독해가 어려운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있거나 ②여론과 정말 괴리된, 실패한 인사이거나.
 
당초 여권에선 집권 이래 반복된 대통령의 '우측 깜빡이'가 코어 지지층 이반을 불렀으니, 이쯤 해선 '좌회전' 시그널을 보내야 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잠시 솔깃했지만, 이내 각성이 찾아왔다. 가령 용 의원이 국고 지원을 받는 정당을 '기생충'에 빗대며 보조금 폐지를 주장했던 과거 발언은 거의 자기부정에 가깝다. 용 후보자의 정치 여정이 시작된 '언더 조직'의 윤리적 논란은 어떤가. 내부에 만연했던 반(反)인권적·성차별적 문화를 용 후보자 부부가 묵인했다는 의혹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작금의 '가족당' 논란은 애교로 보일 지경이다.
 
후보자 본인의 태도도 사태를 키웠다. 기본소득당의 원외화를 막겠다는 '겸직' 고수 의지는 2030의 분노를 촉발했고, 위성정당과 소수정당을 동격으로 놓는 레토릭에는 정의당 등 범여권도 반발 중이다. 여기에, 용 후보자를 '(강성) 페미니스트'로 볼 수 있느냐는 노선 논쟁까지 더해지자, 전선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 버렸다. "여성 범죄피해자들이 존치를 강력히 요구했던 보완수사 폐지 문제에 눈 감은 그가 앞서 생활동반자법 등을 발의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로 간주될 수 있는가." 보수 야권은 "예스(Yes)"라고 하지만, 여성계는 "노(No)"라고 답한다.
 
확실한 우군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용 후보자를 규정할 수 있는 정책적 스탠스가 모호하다는 얘기다. 정부·여당에 등 돌렸던 2030 여성들이 이 인사로 돌아올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단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낙마 여론이 짙어지자, 이제는 여당에서도 용 후보자는 '연막탄'이 아니었겠느냐는 반문이 들린다. 혹자는 청와대가 의원직 사퇴를 염두에 두고, 친문(親문재인) 인사의 비례 승계를 반영한 정국 재편을 구상했을 거라고도 한다. 청와대의 의도를 선해하려는 해석들이다. '킬링 포인트'는 모든 기저에 용 후보자는 부적격자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대통령이 '남성 역차별도 챙겨 달라'며 부처 내 성형평성기획과를 신설했을 때부터 예정된 촌극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용 후보자는 정말 '레드 헤링'이었나. 대통령과 정부는 청문정국 최대 뇌관으로 부상한 '용혜인 논란'에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후보자의 자진 사퇴 여부보다, 이재명 정부의 '진짜 속내'가 훨씬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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