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장 "비핵화 목표로 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인터뷰]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오수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수를 57개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보유 인정을 전제로 한 북미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정부가 고수해 온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목표이며, 이를 고수하는 대북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비현실적인 비핵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위협을 눈으로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군축협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부소장은 국내 자체 핵무장 지지여론이 거세지는 현실 속에서 이를 잠재울 방법은 핵잠재력과 핵추진잠수함 확보라는 '대안' 제시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에 더 큰 방위책임을 요구하는 시대에는 한국도 더 큰 안보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다음은 정 부소장과의 일문일답.
 
Q.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북한은 최근까지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북미대화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A. 김정은은 매우 계산적이고 전략적인 지도자다. 협상에 나서는 것이 북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다. 현재 김정은에게는 회담에 나올 만한 충분한 동기가 존재한다.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실무협상에는 관심이 없지만, 미국의 정책 변화와 큰 상응조치를 얻어낼 수 있는 정상회담에는 여전히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의 강경발언은 대화의 문을 닫는 선언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을 만나려면 미국이 더 큰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협상 전 메시지의 성격도 있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회담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Q. 트럼프가 북핵을 용인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반면, 미국 국무부는 공식적으로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미국 행정부의 정책적 간극이 있다고 봐야 하나?
 
A. 일정한 간극이 있다고 본다. 다만 공식정책의 충돌이라기보다는 '최종 목표'와 '실제 협상 방식' 사이의 간극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우리가 냉정하게 봐야 할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은 관료조직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이 만든다는 사실이다. 국무부의 공식 입장문은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한 문서이고, 실제 정책은 트루스소셜에서 결정된다.

Q.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경우 핵동결이나 핵군축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것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겠는가?
 
A.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그렇게 인정하는 셈이 된다. 비핵화가 아니라 핵동결이나 핵군축을 목표로 협상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의 제재·압박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타협을 모색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협상을 시작하는 것과 북한의 핵보유를 영구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다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핵동결'은 실제로는 첫 단계로서 성립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동결을 성립시키려면 엄격한 검증이 필수적인데, 북한이 자신들이 만든 핵물질 등의 수량과 보관 장소를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국제사회의 사찰을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첫 단계부터 검증과 신고를 요구하면 협상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Q.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나 미 전략자산의 전개 중단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 북핵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를 수용할 경우 한미의 핵심 대응자산만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 북한이 정상회담에 나온다는 사실 자체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맞교환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는 미국 본토 안전을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과 핵실험 중단 정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은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양보하는 대가로, 반드시 북한의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까지 함께 받아내야 안보 불안을 막을 수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은 눈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해 기술 고도화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치다.
 
연합뉴스

Q.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여론 형성의 배경은 무엇이며, 정부는 어떤 안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가? 
 
A. 핵무장 찬성에 대한 국민 여론은 당파를 초월해 결집해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절반 이상이 핵무장을 지지할 정도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격하고, 북한이 대한민국을 겨냥해 노골적인 핵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 존재하던 '핵 금기'가 완전히 깨졌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에 자체 안보 책임을 전가하는 흐름이 더해지며 안보적 자강의 필요성이 극대화된 결과다.
 
당장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장으로 가기는 어렵겠지만, 대안으로서 일본 수준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고 핵추진잠수함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또 핵협의그룹(NCG)의 권한을 격상시키고 위기시 핵운용 협의 절차를 문서로 만들어 확장억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Q. 자체 핵무장론이나 핵잠재력 확보 주장이 동맹의 신뢰를 저해하거나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간 안보협상에서 오히려 한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없나?
 
A. 민주주의 국가에서 북한의 핵위협과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고 핵무장까지 포함한 모든 정책대안을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국 정부는 NPT회원국으로서 비확산 의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에는 한국 국민의 핵무장 지지가 왜 이렇게 높은지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2022년 이후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이 급속히 확산하자, 미국 역시 한국의 핵무장을 억제하기 위해 더욱 가시적이고 적극적인 안보 공약을 제공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윤석열 정부의 '워싱턴 선언'과 NCG 창설이었다.
 
Q. 일본에서도 비핵3원칙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북아 핵도미노에 대한 우려는?
 
A. 이미 북한은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거대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북아의 비확산 체제는 실질적으로 붕괴한 상태다. 자체 방어 역량을 갖추려는 국가들에게 핵도미노의 책임을 묻는 것은 균형을 상실한 논리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